김동연 보도부 정기자
김동연 보도부 정기자

내 감정만을 담을 수 있는 이 일기와 달리 모든 기사에는 인터뷰가 필요하다.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필요로 하고, 나는 그 앞에서 을이 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터뷰이에겐 내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없고 난 그를 필요로 하기에.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토씨 하나에서도 을이 되고, 질문에 흥미가 생기도록 필요치 않은 질문을 추가해 비위를 맞추는 을이 된다. 내 글에조차도 나는 을이다. 기사에 날 온전히 담지 못하고 기사라는 정해진 틀 안에, 그 아래 내가 있어야 하기에. 만나는 사람 앞에서, 글 아래서 나는 을이다.

특정 인터뷰이와 기사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을로서 자리 잡았음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 있었다. 분명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취재를 갔음에도 나는 갑에게 짧은 인터뷰 한 마디를 위해 숙여 들어갔고, 이를 통해 얻은 답변조차 인터뷰이에게 정제돼 기사에 담아야 했다.

그토록 동경해 온 기자의 모습은 이와 달랐다. 자신이 뱉는 말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고, 써 내린 글에는 기자가 녹아있었다. 마이크를 든 그들은 당당함 속에 소리를 울렸고, 펜을 잡은 그들은 온전함 아래서 백지를 채웠다. 완벽한 갑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뱉고 이를 위해 인터뷰이의 말을 조합하기에. 또한 그 말들을 섞어 자신만의 기사로 담기에.

나는 저들과 달리 이렇게 비굴하게 엎드려 한 마디 한 마디를 주워 담고자 기자가 됐는가. 나를 한 문장에서도 담지 못하는 글을 쓰려 펜을 들었나 하는 고민이 한동안 나를 수면 아래로 잠기게 했다. 하지만 백조를 떠올리며 해답을 찾았다. 수면 아래로 끊임없이 버둥대지만 위로 비치는 모습은 누구나 동경할 아름다운 백조를. 내가 이토록 동경해 온 기자들 또한 그 아래로는 끝없이 헤엄치고 있었을 것이다. 계속해서 헤엄치자, 벗어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글 위에서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도록. 낙담하지 말고 나아가자, 한 마리의 백조가 되어.
 

김동연 보도부 정기자
dyk082600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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