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기 독자위원회_ 제791호를 읽고

서울시립대신문의 장점이 특히 돋보이는 791호였다. 늘 언급하듯 아이템이 좋고, 자료 조사부터 인터뷰까지 뛰어난 취재력이 돋보인다. 특히 학술문화면의 아이템이 눈에 띄었다.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의 기억이 아득해져 가던 중 매일같이 보도되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을 깊이 있게 다룬 기사가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문화 기사는 외국어 사용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긍정적 해석까지 다뤄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다만 사설에서 볼 법한 문장이 기사에 쓰여 아쉬울 따름이다. 2면 ‘잃어버린 라운지의 의미를 찾아서’는 과거 자유로웠던 라운지의 분위기가 변화한 배경과 통일되지 않은 규정, 그로 인한 애로사항까지 인터뷰와 취재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말미에는 “라운지 본래 의미를 되찾고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공간이 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견을 드러낸다. 강한 어조로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좋지만 주장은 직접 언급하기보다 인터뷰에 기반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편이 바람직하다. 기자의 입장이 두드러지면 기사가 편향적으로 비쳐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면 일부 학생 대상 인터뷰보다 설문이 훨씬 효과적이었을 테다.

3면 ‘동아리원 성희롱 사건 ‘검찰 송치’ 실질적 징계 절차는 아직’은 시의적절한 보도였다. 관심이 사그라든 시점에서 후속 취재를 통해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리며 주의를 환기했다. 하지만 “대학 내 성희롱 문제가 고질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문장의 근거는 기사 속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들 은연중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기사에서 주장하려는 바가 있다면 반드시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 근 몇 년간 n건의 성희롱 신고가 접수됐다며 수치를 제시하거나, 이전에 발생했던 성희롱 사건을 하나라도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마무리 문장 역시 인터뷰이의 입을 빌리지 않고 “엄정한 수사와 학교 당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기자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입장이 갈리는 문제에 대해 한 측의 입장만 다룬 기사도 있었다. 6면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의 인력 충원 필수·공공의료 발전 동반돼야만’은 긴 분량에도 짜임새 있는 구조로 막힘없이 읽혔다. 전문성 있는 인터뷰, 공신력 있는 자료가 적재적소에 활용돼 기성지 기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반대 측의 근거는 한 문장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유일한 흠이다.

기자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논제에 관한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향된 기사는 독자가 두 관점을 골고루 고려해 판단할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 양측 입장을 모두 다룸으로써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주장이 있다면 수치나 인터뷰를 통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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