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 이터널 선샤인

기억을 도려내면 감정도 사라질까.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여느 연인들처럼 연애 초반에는 뜨겁게 사랑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권태를 느낀다. 반복되는 싸움에 지친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에 찾아가 조엘에 관한 기억을 전부 삭제한다. 배신감을 느낀 조엘도 라쿠나에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다.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린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몬탁 해변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운명적 이끌림을 느껴 함께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앞에 라쿠나에서 보낸 소포가 도착해 있다. 그 안에는 기억을 지우기 전 각자가 서로에 대해 회고한 녹음테이프가 들어 있었다. 테이프에는 연애 끝 무렵 서로에게 느낀 실망과 단점에 대한 말들이 빼곡했다. 테이프를 듣고 충격에 빠진 클레멘타인은 우리는 결국 서로를 지겨워하게 될 거라고 슬퍼한다. 그러나 조엘의 “괜찮아요”라는 한 마디에 두 사람은 한 번 더 사랑을 시작한다.

감정은 쉬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처음에는 분명 나와 천생연분이라 생각했던 애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장점이 옅어지고 단점만 두드러진다. 연애 초반 사랑의 달콤함은 싸움과 권태에 쓴맛으로 변해간다. 차라리 관계를 맺기 이전으로 돌아가 당신과의 만남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기억을 지운 두 사람은 또다시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감정은 기억과 달리 언제나 마음에 남아있으니까. 서로를 향한 사랑은 환경과 권태에 자리를 내주었을 뿐 마음 한구석에는 아주 작은 형태로라도 남아있다.

재시작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결말은 처음 결말과 같지 않을 테다. 과거 목소리를 지도 삼아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맞춰갈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지만, 불완전하기에 언제나 과거를 교훈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며 영원히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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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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