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고요한 시골로 떠나기를 꿈꾼다. 우리는 왜 지치면 푸른 자연을 갈망할까. 녹음을 보러 떠날 수는 없지만, 방 한편이나 베란다에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가 늘고 있다. 식물은 더 이상 관상용이 아닌 우리의 반려로 자리 잡았다. 사람과 식물이 나누는 신비로운 치유의 힘을 알아봤다.

식물, 너 내 반려가 돼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개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삶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약 750만을 넘어섰다. 반려자를 찾기보다 홀로 살기를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 대신 동물, 식물과 함께 사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동물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해 왔지만 ‘애완동물’이라는 이름 아래에 인간에게 종속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새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기존 용어를 대체하며 동물은 진정한 반려로 인정받았다. 소통할 수 없고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식물도 우리의 반려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받는 것 이상의 따뜻함을 식물과 나누고 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 초청작인 [식물카페, 온정]은 종군기자로 일하다 트라우마를 얻은 ‘현재’가 할아버지의 수목원으로 돌아온 후 식물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다. 

현재의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현실에 고통받지만 현재가 처방해 주는 식물을 기르며 소소한 웃음을 되찾는다. 100년도 더 전에 출간된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은 애정을 갈구하던 괴팍한 소녀가 화원을 가꾸며 생기와 미소를 되찾는 아름다운 성장을 그린다. 농촌진흥청의 「반려식물 소비자 인식조사」(중복 답변)에서 사람들은 반려식물의 효과로 정서적 안정 76.7%, 행복감 증가 73.1%, 우울감 감소 68.4%를 꼽기도 했다. 

홀로 살며 식물을 베란다에 잔뜩 기르는 박현복(82) 씨는 “남편이 죽은 이후 남기고 간 이 친구들이 유일한 내 동무”라며 “아침이면 물을 주고 밤이면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갖는다. 박 씨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라면 충분히 반려가 될 수 있다”며 “나는 식물에게 물과 사랑을 주고 식물은 존재 자체로 행복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대학 환경원예학과 김완순 교수는 “반려는 상호적으로 함께하고 유무형의 필요를 주고받는다는 개념”임을 강조했다.

사람은 생존 조건을 찾아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의 필요를 채워주고 식물은 깨끗한 공기와 자연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식물이 주는 녹색 환경은 주의력 회복을 증진하고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저하해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식물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사회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환경원예전에서 만난 테라리움. 작은 숲이 온기를 준다.
▲ 환경원예전에서 만난 테라리움. 작은 숲이 온기를 준다.

‘식집사 스타터’를 위한 백화점을 소개합니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 화분, 흙, 삽부터 모종과 씨앗까지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종로41길의 한복판에 있는 종로꽃시장이다. 시장은 바닥에 깔린 푸릇푸릇한 식물들과 저마다 자리 잡고 앉아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국화 화분 하나를 구매한 김혜선(38) 씨는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눈요기하기도 좋아 굳이 꽃을 사지 않더라도 자주 이곳을 지나간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있는 서울식물원의 씨앗도서관은 씨앗을 무료로 빌려준다. 책처럼 씨앗을 대출받아 재배한 후 수확한 씨앗을 기간과 개수에 상관없이 언제든 반납하면 된다. 씨앗도서관에는 여러 식물 표본과 씨앗에 대한 설명이 가득했다. 계절마다 키우기 좋은 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매월 빌려주는 씨앗도 달라진다. 씨앗을 빌린 이다원(21) 씨는 “평소 베르가못 향수를 좋아해 베르가못 씨앗을 빌려왔다”며 “매일 열심히 보살피고 있어서 얼른 좋은 냄새를 풍길 수 있도록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간을 할애해 식물을 키우기 힘든 사람을 위한 분재*테라리움**도 있다. 제59회 우리대학 환경원예전에는 만개한 국화 향이 가득했다. 코로나19 이후 온실에서 가꿔온 국화꽃과 원예미학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김완순 교수는 “국화꽃을 피우기까지 13개월이 필요하기에 내년 환경원예전에 전시할 국화를 벌써 증식하기 시작했다”며 식물을 키우려면 지대한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어 “오랜 시간 길러 온 작품들을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분재가 아닌 테라리움을 전시한 김원홍(환원 21) 외 2인은 “적막하고 외롭지만 사람을 만나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테라리움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분명 책임감이 따르지만 생존력이 강한 식물을 위주로 심어 ‘반려식물 분양소’라는 콘셉트를 살렸다”며 “살아있는 대상에게 마음을 준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결국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과정임을 많은 이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A to Z, 식물 키우는 법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빛과 알맞은 온도, 적절한 환기와 주기적인 수분 공급이 필요하다. 뿌리가 잘 뻗을 수 있는 무기물과 깨끗한 흙도 필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관심이다. 김완순 교수는 “식집사에게는 (키우는 식물에) 알맞은 지식이 요구된다”며 “식물을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게 반려의 자세다”라고 역설했다. 

아파트나 빌라에 사는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실내에서 키운다면 환경 요소에 대한 생장 범위가 넓고 덜 민감한 식물일수록 키우기 쉽다”고 소개했다. 이어 “실내 공기 정화 식물로 잘 알려진 스킨답서스, 알로카시아, 안스리움, 고무나무, 호접란, 호야 등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열심히 보살펴도 시름시름 앓는 반려식물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들이 있다. AI 애플리케이션인 ‘그로잉 레시피’, ‘그루우’는 식물의 사진을 찍으면 관리 방법과 치료 방법을 알려준다. 반려식물을 치료하는 곳도 등장했다. 서울시는 △동대문구 △종로구 △양천구 △은평구 등에서 식물 전문가가 반려식물을 치료해주는 반려식물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집중치료가 필요한 식물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 있는 반려식물 병원에서 한 달간 입원도 가능하다.

식물과 사람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자연은 늘 식물과 함께였다. 김원홍 씨는 “식물은 가로수나 공원, 아파트 조경처럼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일상의 식물이 없는 공간을 생각해 봤을 때 드는 감정이 식물이 인간에게 가지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분재: 화초나 나무 따위를 화분에 심어서 줄기나 가지를 보기 좋게 가꿈
**테라리움: 토양 및 식물을 담은 유리 용기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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