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우리대학 음악학과 설립 4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정주현 지휘자를 필두로 해 우리대학 음악학과 오케스트라와 강지은 교수가 합을 맞췄다. 연주곡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요하네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이었다. 강 교수는 “후기 낭만주의에서 다음 시대로의 전환이 되는 길목에 있는 작곡가들이라 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늦가을에 아주 잘 어울리는 두 작곡가”라고 차이콥스키와 브람스를 소개했다.
 

▲ 공연을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연을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감정과 개인을 바라보는 낭만주의

낭만주의는 19세기부터 20세기 초를 지배한 음악 사조로 주관적 감정을 중시한 음악적 흐름을 뜻한다. 낭만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낭만주의가 나타나기 이전 음악계를 지배하던 고전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고전주의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성행한 형식 중심의 음악 사조다. 바흐와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고전주의 작곡가들은 형식미를 중요하게 여기며 화성 음악, 현악 4중주 등과 같은 기악 양식을 만들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민족 색채를 띠지 않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작곡했다.

이러한 고전주의에 반기를 들며 나타난 음악 사조가 낭만주의다.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틀에 박힌 형식을 벗어나 주관적인 감정을 중요시하며 자유롭고도 청중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다. 작곡가의 개성을 담은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 양식도 고전주의의 형식과 기법적 규율을 벗어나 다양한 음향을 시도했다. 표제음악의 탄생도 낭만주의의 큰 특징이다. 

표제음악이란 제목을 이용해 작곡가가 의도한 곡의 내용을 설명하고 암시하는 음악이다. 과거 고전주의 작곡가들은 대부분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5번 D장조’와 같이 음악의 형식과 번호, 조성으로 작품 제목을 만드는 절대음악을 만들었다. 문학이나 미술 등 다른 예술 분야와 관련 없이 음악 자체가 하나의 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음악과 다른 예술 분야를 결합해 가곡을 만들거나 비발디의 ‘사계’같이 작곡 의도를 드러내는 제목을 붙였다.

고전주의에서 탈피한 낭만주의를 전기라고 칭한다면, 이후 더 다채로운 시도를 시작한 19세기 후반을 후기 낭만주의라고 일컫는다. 후기 낭만주의에서는 대규모 악곡이 만들어지고 가곡과 관현악법 등이 발달한다. 작곡가들은 본인의 추구에 따라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결합하거나, 민족적 색채가 강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차이콥스키와 브람스의 제1번

러시아 음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차이콥스키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러시아 민족주의에 관심을 가진 차이콥스키는 서유럽의 전통을 따르기보다 러시아 낭만주의적 작품을 남기는 데 힘썼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템포의 변화로 러시아의 대륙적 스케일과 감정의 큰 변화를 표현하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유기적인 앙상블을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차이콥스키는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에게 피아노 협주곡 초연을 부탁했으나 루빈슈타인이 곡에 대한 엄청난 혹평을 쏟아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후 안정적으로 초연을 마친 차이콥스키의 곡에 평론가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루빈슈타인은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고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브람스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로 고전적 낭만주의 작곡가라고 불린다. 브람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표제음악이 성행하며 문학이나 창작 동기 등 작품 외적인 요소를 음악에 녹이고 있었다. 그러나 브람스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고 고전주의의 형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정서를 풀어 개성적 색채를 만들어 냈다. 브람스의 작품은 온건하게 진행되는 잔잔하고도 소박한 윤곽의 선율과, 두 개 이상의 독립성이 강한 멜로디를 결합해 작곡하는 대위법이 특징이다. 

강지은 교수는 “브람스는 고전주의의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감정의 절제미와 독일 특유의 쓸쓸하고 우수에 찬 감성을 조화시켰다”며 “풍성한 화성의 독특한 낭만주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은 교향곡의 대가 베토벤의 스타일을 의식하며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과 악기 편성으로 작곡됐다. 작품이 연주됐을 당시에는 고전주의 성격의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1악장과 4악장에서 반음계적 화음과 선율이 나타나는 것과 웅장하고도 완만한 서주는 낭만주의적 요소가 내재돼 있음을 보여준다.

악보는 연주자에게, 연주자는 관객에게 전한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1악장은 호른으로 웅장한 시작을 알린다. 풍부한 화성과 함께 등장한 피아노가 멜로디를 연주하며 오케스트라와 강렬하고도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1악장의 도입부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감에 러시아 낭만주의의 맹렬함을 전달한다. 3악장에서는 현악기의 저음, 목관의 중음과 고음, 현악 피치카토*가 긴박하게 등장하다 피아노의 빠른 음형이 나타난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은 우리대학 학우 A씨는 “평소 자주 듣는 곡을 음악회 현장에서 들으니 강인함과 긴박함이 생생하게 느껴져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은 팀파니의 심장 박동 같은 연주로 막을 연다. 이후 현악 피치카토에서 오보에로 이어지는 곡은 수수한 2악장과 부드러운 3악장을 거친다. 오케스트라 악장 고은채(음악 20) 씨는 “1, 2, 3악장을 거쳐 4악장에서 모든 갈등이 해소되며 진행되는 피날레는 브람스만의 색깔이 돋보이는 장엄하고 멋있는 구간”이라며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과의 호흡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순간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연주했다”고 전했다.

강지은 교수는 “음악회에 참석해 주신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음악학과는 캠퍼스 구성원 모두에게 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메신저로서 연구와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늦가을 진행된 음악학과 설립 4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는 학우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했다. 


*피치카토: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주법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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