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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SNS를 즐기는 순간, 습관적으로 게임을 키고 시간을 보내는 나날. 우리는 늘 ‘무엇인가’에 중독돼 있다. 『도파민네이션』은 우리가 무엇에 중독돼 살아가는지, 중독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는 저자 애나 램키는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는 쾌락과 고통의 저울이라는 이론을 사용해 중독의 원인인 ‘도파민’을 정의한다. -편집자주-
 

도파민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나

도파민은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 척도로서 도파민을 활용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뉴런들 사이의 틈인 시냅스에서 전기 신호와 함께 뉴런끼리의 소통을 담당한다. 저자는 이를 야구에 빗대 설명한다. 투수는 도파민을 보내는 뉴런이고, 포수는 도파민을 받는 뉴런으로 가정한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공간은 시냅스다. 공이 투수와 포수 사이에서 던져지는 것처럼 도파민은 뉴런들 사이를 오가며 뇌에서 전기 신호를 조절하는 화학적 메신저가 된다. 복측피개 영역, 측좌핵, 전두엽 피질을 연결하는 뇌의 보상경로에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이를 유발한 특정 행동이나 약물의 중독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저자는 도파민 중독을 설명하기 위해 쾌락과 고통의 관계를 저울에 비유한다. 평소 저울은 중간에 지렛대 받침이 있어 수평을 유지하지만, 쾌락과 고통 중 하나를 경험하는 순간 해당 추의 방향으로 기울어진다는 전제다. 도파민의 분비는 저울을 쾌락 쪽으로 기울어지게 한다. 이때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수록 우리는 더 많은 쾌락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저울에는 평형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거부하고 다시 수평 상태로 돌리려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저자는 이러한 자기 조정 시스템을 그렘린*들이 쾌락 쪽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고통 쪽에 올라타는 모습으로 표현한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이 그렘린들에 의한 반작용으로 수평이 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의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우리가 쾌락 추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계속해서 쾌락의 추를 눌러 고통 쪽으로 기울어지는 반작용을 막는 원리다. 하지만 비슷하거나 같은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내성이 생성된다. 이때 내성은 중독 발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성이 생기기 이전 수준의 쾌락을 다시 느끼기 위해 더 새롭고 강렬한 형태의 자극제를 찾는 과정이 중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저자가 도파민 중독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환자 맥스와의 일화는 앞서 제시된 이론을 이해하기 좋은 사례다. 맥스는 17살 때 알코올, 담배, 대마초를 시작했으며 18살 때에는 코카인을 흡입했다. 19살 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아 옥시콘틴과 재낵스를 접했으며 20대를 지나는 동안에는 기존 약물의 위험성을 가볍게 뛰어넘는 퍼크세트, 펜타닐, 케타민을 복용했다. 결국 그는 헤로인이라는 약물에 손을 댔다. 이는 도파민 수용체를 파괴하는 약물로 해당 약물의 재투여 외에는 어떤 행복감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도파민을 이겨내는 8가지 칼

디지털 세대에 이르러 도파민이 분비되는 자극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은 현대인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분비하게 해 중독에 이르도록 한다. 미래에 대한 인지를 불가능하게 하는 중독은 우리 모두를 강박적 남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한다. 

저자는 도파민 과잉 사회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도파민(dopamine)의 철자를 분해해 8가지의 규칙을 통해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설명한다.

d는 데이터(data)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단순한 사실들을 모아야 한다. o는 objectives, 목적이다.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행동에도 나름의 논리와 근거가 있기에 이를 파악해야 한다. p는 문제(problems)를 나타낸다. 중독이 일으키는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 a는 절제(abstinence)다. 상대적으로 덜 강한 보상에서 쾌락을 얻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절제는 필수적이다. m은 저자가 강조하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고 인내하고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i는 insight, 통찰이다. 자신의 삶을 통찰해야 중독에서의 해방을 달성할 수 있다. n은 다음 단계(next step)다. 중독에서 벗어난 후 무얼 할 것인지 그리며 절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것이다. 마지막 e는 experiment, 실험이다. 여러 전략을 사용하며 중독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8가지 규칙을 따라 중독으로부터의 독립을 꾀한다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삶으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환자의 사례들을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일상을 돌아보면 쾌락을 위해 반복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행동들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고 기존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바람직하지 못한 인생의 말로로 치닫게 될 것이다. 자신과 삶을 통찰하고 전략을 세워 중독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자.

*그렘린: 도구나 기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환상 속 존재


김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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