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연잡은 ‘알아두면 쓸데있는 연구 잡학사전’의 준말로 우리대학 연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우리는 철근콘크리트 구조, 철골구조 등으로 이뤄진 건축물에 익숙하지만 세계적트렌드는 나무를 주재료로 건축물을 지어 올리는 목구조 건축이다. 우리대학 건축학부도 목구조 건축에 주목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전통문화혁신성장융합연구사업 내 전통문화원천기술개발사업에 우리대학 건축학부 이주나 객원교수와 최성모 교수는 전통목구조의 건축산업화를 다루는 연구과제를 제안했다. 지난 10월 30일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친환경적인 전통 한옥 활성화를 위한 목조 건축의 고품질화 기술 개발’ 연구과제에 착수했다. 이번 알쓸연잡은 건축학부 연구진이 다루고 있는 목구조에 대해 알아봤다.
 

▲ 경량 목구조식 벽체(출처: ICREATABLES)
▲ 경량 목구조식 벽체(출처: ICREATABLES)
▲ 중목구조식 골조(출처: Architect Magazine
▲ 중목구조식 골조(출처: Architect Magazine

팔방미인의 건축재

목구조는 건축에서 목재를 조립해 만드는 구조로 크게 경량 목구조와 중목구조로 나눠진다. 경량 목구조는 일반적으로 좁은 간격으로 배치한 규격 치수의 구조부재 여러 개에 덮개부재를 붙인 벽을 만들어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도록 하는 건축 방법이다. 이주나 교수는 “쫄대처럼 생긴 가느다란 목재를 촘촘히 붙인 구조부재에 덮개부재로 사용하는 합판을 추가해 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보통 소나무나 가문비나무와 같은 침엽수를 구조부재로 만들며 다른 건축 자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신속한 시공이 가능하기에 시간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철골과 콘크리트처럼 무거운 자재에 비해 취급과 운반이 더 쉽기도 하다. 중목구조는 경량 목구조보다 크고 무거운 참나무와 전나무 등 활엽수가 사용된다. 크고 무거운 목재를 일정 간격을 두고 배치해 기둥과 보 등으로 골조를 구성해 하중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오피스나 큰 빌딩들은 벽이 많으면 불편하기에 중목구조로 된 골조식 건축 방식이 많이 쓰인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다양하게 건축에 활용되는 목구조는 여러 장점을 가진다. 먼저 목구조 건축물은 태풍과 지진 등이 가하는 충격에 강하다. 철골과 콘크리트에 비해 유연성이 좋아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 또한 강도 대비 무게가 타 구조재보다 낮아 연약한 지반 위에서도 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단열에도 능하다. 이 교수는 “철이나 콘크리트는 겨울의 추운 날씨에 금세 차가워진다”며 “목구조는 단열 효과가 있어 에너지 관리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목구조의 단열성은 콘크리트의 약 7배이며 일반적인 단열재의 약 1.5배다. 

또한 목구조에 들어가는 목재는 쉽게 분리할 수 있어 재사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갖춘다. 사용목적의 변화와 건물 내 인원의 증감에 따라 구조와 창호 등의 변경과 증축이 편하다. 화재에 취약할 것처럼 보이지만 내화성도 갖췄다. 이 교수는 “화재로 목재가 타더라도 탄 부분에 탄화층이 형성돼 산소를 차단해 안쪽까지 완전히 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사람의 생명을 지켜준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기 중에 함유된 습도와 같은 수준의 습도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가져  쾌적한 실내공기를 제공한다. 

목구조 건축물은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도 발휘한다. 2006년 EU에서 채택된 보고서 「기후변화 저지, 목재를 사용하자」에 따르면 목재 1m³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면 약 2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 교수는 “목구조 건축물은 한 번 지으면 가장 오랫동안 유지되는 생산물 중 하나”라며 “자연 상태의 나무 이상으로 목재의 탄소 저감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 서울한방진흥센터의 모습, 현대와 전통의 조화가 돋보이는 신한옥 중 하나다. (출처: 서울한방진흥센터)
▲ 서울한방진흥센터의 모습, 현대와 전통의 조화가 돋보이는 신한옥 중 하나다. (출처: 서울한방진흥센터)

전통과 현재가 섞이다 

예로부터 목구조와 친했던 우리나라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꾸준히 나무를 건축의 주재료로 사용해 왔다. 전통 목구조도 건축물을 벽 중심으로 지지하는 방식은 경량 목구조, 골조 중심으로 지지하는 방식은 중목구조와 유사하다. 규모가 작고 천장에 기와가 들어가지 않아 가벼운 서민층의 초가집은 주로 벽이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반대로 규모가 크고 천장에 수많은 기와가 들어가 무거운 양반층의 기와집은 골조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다. 건축물에 비해 큰 천장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수직부재에 수평부재인 창방을 끼우고 적절한 가구재*를 서로 연결해 놓았다.

전통 목구조는 지진 혹은 태풍으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는 방식에도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서양의 목구조는 건물이 충격에 동요하지 않도록 지하 깊이 파일을 심어 단단하게 지지하는 형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전통 목구조는 지하 깊이 파일을 심지 않고 충격을 받으면 흔들리도록 설계돼 있다. 대신 무거운 천장으로 건축물을 눌러 건축물이 흔들려 구조가 틀어지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부재들이 서로를 유기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갑자기 무너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 교수는 “천장을 이용한 복원력뿐 아니라 접합부에서 보와 기둥을 연결하는 조상들의 영리한 조립 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교수와 연구진은 우리 조상들이 목구조 건축에 능했다는 사실과 현대 건축에 착안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했다. 이는 목구조 건축에 관한 연구와 전통적인 건축구법으로서의 가치를 융합해 연구과제 ‘친환경적인 전통 한옥 활성화를 위한 목조 건축의 고품질화 기술 개발’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전통 한옥건축의 설계요소 발굴 △전통 목조건축 설계 및 시공기술의 고도화 △목질 재료의 고도화와 전통 목조제품 산업화 △전통 목조건축의 가치 정량화 기술 총 4개의 영역에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전통 목구조의 가치를 이해하고 현대 건축과의 융합을 통해 전통 한옥 목구조 건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건축 기술은 물론 재료의 고도화까지 모색할 것”이라며 “현대 건축에 전통 목구조를 접목한 결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해 전통 목구조가 인간의 삶에 실질적으로 좋음을 입증하려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전통 목구조 건축의 가치를 유지하며 현대 도시 안에 큰 폭과 높은 층고를 지닌 중대형 신한옥이 생겨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가구재: 목구조 건축에서 기둥이나 공포 위에 얹혀 내부 공간을 형성하는 보·도리·대공·서까래 등의 조합을 총칭하는 것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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