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리스펙”. 지난 2019년부터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취업 포털 알바몬이 내놓은 광고 문구다. 노동 환경에서 갑을관계 없이 알바생을 평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주로 종사하는 알바 시장에서 사업주와 알바생 간의 불평등한 관계는 불가피하다. 노동 시장에 대한 알바생과 업주가 얽힌 이해관계를 알아봤다.

청년세대와 알바는 불가분의 관계

지난 8월 알바천국이 대학생 599명을 대상으로 한 「2학기 중 아르바이트 계획」에 의하면 개강 이후에도 아르바이트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이 89.8%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들 중 73.2%는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아르바이트 구직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청년세대가 알바를 시작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지난 2018년 알바몬이 대학생 11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알바 현황」에 의하면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용돈을 벌기 위해 알바한다는 응답이 66.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27.9%)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23.3%) △여러 가지 일을 해보고 싶어서(17.5%) 등의 이유도 뒤따랐다. 특히 타지에서 자취하며 교통비와 식비 등을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대학생에게 알바의 의미는 더욱 크다. 이사랑(23) 씨는 “대학 입학 후 자취를 시작하며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카페 알바생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다.
▲ 카페 알바생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 대신 자발적으로 알바에 뛰어드는 ‘프리터족’도 있다. 프리터족은 자유를 뜻하는 프리(free)와 노동자를 뜻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이 필요할 때마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지난 7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월 청년 취업자 400만 5천 명 가운데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04만 3천 명으로 약 26%를 차지했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신인철 교수는 “학업을 마친 청년이 단시간 근로에 종사하게 된 이유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다”며 “마땅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대신 알바를 찾는 청년이 증가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단시간 근로는 안정적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단순 생계를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최근 부각되는 N잡러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다양한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부당한 대우에도 적극적 대항 못하는 ‘을’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SNL의 [알바천국, 사장지옥]은 사업주가 알바생을 채용하기 위해 역으로 면접을 당하는 내용을 다뤘다. 알바생이 사장의 조건을 보고 직접 평가하는 모습을 개그 소재로 활용한 장면은 마치 알바생의 처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알바생은 여전히 업주와의 불합리한 이해관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알바몬이 알바생 3541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중 임금 관련 부당대우 경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5.2%가 ‘부당대우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부당 대우의 유형으로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주휴수당·실업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보장 △임금 체불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근로계약서는 △근무장소와 업무내용 △근로계약 기간과 근로시간 △급여와 수당 △임금을 지급하는 주기와 방법 △근무일과 휴일 △휴게시간 △유급휴가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알바생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근로계약서 작성이 필수적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고 노동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만약 사업주가 알바생에게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으면 고용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직장 내 갑질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민간공익단체 ‘직장 갑질 119’ 배나은 활동가는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사업주는 알바 조건에 대해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며 “혹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채용공고 화면이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니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바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소장은 “알바생이 일하는 곳은 5인 미만의 사업장인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동자의 부당해고 신청이 불가하며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업주도 적지 않았다. 최근 유명 프랜차이즈 도넛 가게에서 알바로 일 한 박민영(22) 씨는 “연장근무 후 주휴수당을 요구하니 나중에 주겠다고 말했으나 퇴사할 때까지 주휴수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근로기준법』 제55조 1항에 따라 근무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인 노동자가 결근 없이 1주일을 일한 경우 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이 주어지며 사업주는 그에 따른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강주리 교수는 “만약 받아야 할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면 입증자료를 첨부해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신고를 해야 한다”며 “주휴수당을 미지급한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다”고 강조했다. 사업주가 고의로 업무 시간을 조정해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시간이 1~14시간인 취업자는 157만 7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약 5.6%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사업주가 전일제 노동자 1명을 고용하는 대신 14시간씩 ‘쪼개기 고용’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한다면 알바생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강 교수는 “알바생은 15시간 미만의 노동자에 해당하기에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에도 알바생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지난 2020년 알바몬이 알바생 3541명을 대상으로 한 「아르바이트 중 임금 관련 부당 대우 경험」 결과에 따르면 부당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한 이들 중 ‘직접으로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답한 이들은 18.9%에 지나지 않았다. 노동부와 고용지원센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도 18.9%에 못 미쳤다. 

박 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했지만 말을 꺼내면 사장님과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았다”며 “급여 외에는 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알바를 그만두기도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강 교수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대등한 위치에서 근로 조건을 결정하고 합의해야 한다”며 “하지만 계약 체결 당시뿐만 아니라 일하는 과정에서도 종속 관계가 지속돼 실질적으로 근로 조건을 대등하게 협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알바노동에 대한 ‘존중’이 절실한 시점

다양한 알바가 등장하며 알바 시장도 변화했으나 알바생에 대한 법률과 사회적 인식은 여전하다. 신인철 교수는 “알바생 같은 단시간 노동자도 전일제 노동자와 똑같은 복지혜택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정치적 압력을 행사할 조직이 필요하나 단시간 노동자는 근로 기간이 짧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노동 조직을 생성하기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조합은 기업 노조가 대부분이기에 같은 직장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없다면 노조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알바생처럼 현행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이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알바생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 법률과 정책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동 자체에 대한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배나은 활동가는 “알바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기본적으로 노동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주와 알바생 사이는 갑을관계가 아닌 돈으로 엮인 계약관계에 불과하다”며 “무엇보다 일터에서 이들을 보호할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바생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 활동가는 “알바생은 자신의 노동인권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알바생의 나이대가 매우 어리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소나 진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에 대항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유급휴일: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자에게 주는 휴일로, 노동자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날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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