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장 정재현
부국장 정재현

학창 시절부터 신문사에 입사하기 전까지의 저는 세상을 평면적으로 바라본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취미로 창작했던 소설들을 돌아보면, 초기에는 인물들의 평면적인 모습이 제일 먼저 돋보입니다. 복합적인 면모가 드러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관된 범주 내에서 맴돌 뿐이었습니다. 제 시야가 그만큼 넓지 않다는 증거였습니다. 

대학에 오고 나서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학과 내의 창작 소모임에 가입해 소설 쓰기를 이어 나갔지만 인물들이 ‘도구적’이라는 평가를 매번 받았습니다. 여러 권의 정전을 읽고 나서도, 입체적인 인물을 직조하는 것에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신문사에 입사한 후, 저는 새롭고 다양한 경험과 함께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 기사 덕분에 평소 신경도 안 쓰던 학내 문제에 주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 기사 덕분에 관심 밖이었던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포용성을 가지게 됐습니다. 학술 기사 덕분에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능력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 기사 덕분에 관심 있고 흥미로운 현장에 직접 가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다양한 인간상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소설은 비로소 일종의 입체성을 갖췄다고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명확한 기준점은 없겠지만 21번의 발행과 함께 저는 ‘입체적으로’ 변모해 온 듯합니다.

국방의 의무에 정든 신문사를 떠나려니 발이 잘 안 떨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라면 너무나 많지만 최대한 요약해보겠습니다. 

떠난 이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운 점이 많습니다. ‘입체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남은 이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냅니다. 많이 소통하고, 발로 뛰고, 조그만 틈새까지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으리라 믿겠습니다. 입사를 고민한다면 도전을 적극 권합니다. 더욱 ‘입체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국장 정재현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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