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우리나라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개표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죄했다. 부산은 어째서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을까.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비전을 제시했다. 

더 이상 석유에 의존하기보다 태양에너지 사용을 통한 ‘탄소 네거티브’를 강조하며 기후 위기에 맞서 ‘책임’있는 국제 사회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K-POP의 영광에 머물렀다. 

예산 53억을 사용한 최종 프레젠테이션 영상은 11년 전 유행한 노래와 연예인으로 점철됐으며 30초라는 분량 중 부산이 등장하는 부분은 9초뿐이다. 연설은 기업과 유명 연예인들의 감정적 호소로 이뤄졌다. 

우리는 어디에 주력했는가.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전쟁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 국내로 눈길을 놀리면 벌어지기만 하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일구절벽의 위기, 세대와 젠더 갈등. 그중 어떤 가치조차 고려하지 않은 부산 ‘세계’박람회가 고배를 마신 건 당연한 결과다.

세계박람회가 유치됐다면 이뤘을 부산과 우리나라의 발전은, 부산 시민들과 우리 국민들의 희망은 정확한 비전을 세우지 않고 주력 분야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정부의 오판 덕에 시작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대통령실은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시도 자체가 외교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문을 비롯해 위정자들은 정말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일본으로부터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고, 북한과의 9.19 남북군사 합의는 파기됐다. 

우리나라의 정상은 무엇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해외 정상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우리나라 대통령과 정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든 될 것이다’라며 실제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행위를 멈춰야 할 때다. 진심을 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운영과 안이한 자세를 이어간다면 먼 미래에 반드시 큰 해악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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