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몰랐day]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12월 11일 국제 산의 날은 국제연합(UN)이 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산악 생태계에 관한 인식을 높여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녹색 경제*와 녹색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국제 산의 날에는 등산이나 산림 보호 캠페인 활동을 하는 것이 권장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에 ‘#MountainsMatter’ 해시태그를 올리는 것도 국제 산의 날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MountainsMatter는산림 보호를 위한 캠페인으로, 산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함으로써 산림 보호 활동을 향한 지지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 천장산에 등산한 기자는 사진과 함께 #Mountains Matter 해시태그를 SNS에 게시했다.
▲ 천장산에 등산한 기자는 사진과 함께 #Mountains Matter 해시태그를 SNS에 게시했다.

국제 산의 날은 매년 주제를 변경하고 있으며 이번해 주제는 ‘산 생태계 복원’이다. 기자는 경희대학교 옆에 있는 ‘천장산’에 올랐다. 산 생태계 복원이라는 주제에 맞춰 산책로에 드문드문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점차 깨끗해지는 길을 보며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쓰레기가 보이지 않자 자연경관에 집중하며 산에 올랐다. 

겨울바람에 섞인 풀 내음에 정신이 맑아졌다.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도심의 모습은 점차 작아지고 초록 솔잎만 눈앞에 가득했다. 멀리서 보이는 도시의 모습이 한적한 산과 대비됐다. 비로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느끼고 있음을 실감했다. 흔히 생명이 사라지는 계절로 묘사되는 겨울임에도 산에서만큼은 산새 소리와 푸른 소나무가 가득했다. 산의 생명력에 지친 몸과 마음이 공명하며 다시금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 작게 보이는 도심의 잿빛과 푸른 솔잎이 대조된다.
▲ 작게 보이는 도심의 잿빛과 푸른 솔잎이 대조된다.

산이 품고 있는 생명은 우리가 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14년 산림청의 「산림생물 다양성 기본계획」에 따르면 유전자, 종, 생태계 차원에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산림의 가치는 현금 약5조 2750억원으로 환산된다. 높은 수준의 종 다양성과 멸종위기종을 포함하는 지역인 ‘생물 다양성 핫스팟’의 절반이 산에 위치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 육지 표면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는 산악 환경에는 전 세계 인구 중 약 15%가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인류를 품어온 산은 산림 벌채와 화전 농업 등 인류의 이기적인 행태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침입종과 관광으로 인한 산림 오염 등으로 동식물은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악빙하가 녹아 사막화가 가속되는 중이다. 인류가 산과 자연을 파괴할수록 산 역시 인류에게 내리던 수혜를 멈추게 된다. 산악빙하 해빙은 담수가 공급되지 못하게 하고 홍수를 발생시키며 산사태를 야기해 산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산악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농촌 산악인들 중 약 3억 1100만 명이 토지 황폐화에 노출된 지역에 살고 있으며 그들 중 약 1억 7800만 명이 식량 불안정에 처해 있다.

영토의 약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산은 더욱 소중한 지형이자 삶의 터전이다. 퇴계 이황의 「도산십이곡」 속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라는 대목처럼 산은 우리나라의 남과 북,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귀중한 자산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산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산들과 산이 품고 있는 수만 종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12월 11일 세계 산의 날을 기억해야 할 때다.

*녹색 경제: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제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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