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하나원큐 K리그1(이하 K리그) 2023시즌 37라운드 FC서울(이하 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이하 수원)의 이른바 ‘슈퍼매치’ 더비*가 있었다.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두 팀이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팬들은 각 팀의 유니폼과 굿즈를 착용해 경기장을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특히 양 팀 팬들이 거대한 깃발을 흔들며 다 함께 응원가를 부르는 치열한 응원전의 양상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장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와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아이돌 보이그룹 ‘TREASURE’의 랩 유닛인 최현석, 하루토, 요시가 하프타임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팽팽했던 경기의 흐름은 수원의 미드필더인 바사니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깨졌다. 이날의 승리로 수원은 2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를 잡게 돼 팬들의 환호성은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 이어졌다. 수원의 응원가를 부르던 김영서(21) 씨는 “중요한 더비의 승리와 함께 강등 위기까지 한 차례 넘겨 기분이 좋다”며 “이번 시즌에 들어 K리그를 직관하는 사람이 확실히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관중 1만 명 돌파, 2023시즌 K리그의 역대급 흥행

씁쓸한 패배를 겪었지만 이번 시즌 서울은 괄목할 성과를 얻었다. 서울은 19차례 치러진 홈 경기에서 총 43만 29명의 관중을 불러들이며 지난 2018년 시작한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초로 40만 관중을 돌파한 구단이 됐다. 또한 2만 2633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해 2008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2만 1901명이라는 기록을 앞지르며 국내 프로스포츠 한 시즌 최다 평균 관중 기록을 세웠다.

서울과 함께 1983년 출범한 후 40주년을 맞은 K리그는 이번 시즌 역대급 흥행 성적을 냈다. 지난 9월 16일 29라운드를 치른 시점에서 183만 7901명의 관중을 동원해 유료 관중 집계 이후 단일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을 마친 지난 3일을 기준으로 K리그는 200만을 돌파한 242만 8996명의 관중을 끌어모았다. 평균 관중으로도 1만 747명을 기록하며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다 평균 관중 수와 함께 최초 평균 관중 1만 명 돌파를 이뤘다. 순수 유료 관중으로만 세운 기록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이번 시즌 K리그가 흥행에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이하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며 축구를 향한 국내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대표팀에서 활약한 K리그 소속 선수에 대한 주목이 K리그 팀에 대한 팬심으로 이어졌다. 박서진(23) 씨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조규성 선수의 팬이 됐다가 전북 현대에도 관심이 생겨 경기를 챙겨보고 직접 관람도 해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쿠팡에서 운영하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이번 시즌부터 K리그와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도 주효했다. 쿠팡플레이는 일반 방송사와 달리 카메라를 최대 17개까지 늘리고 특수 촬영기기도 도입했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각도로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더불어 쿠팡플레이는 <쿠플픽>을 통해 매 라운드 한 경기를 선정한 후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볼거리를 늘렸다. 배성재, 한준희, 임형철 등 유명 해설진과 캐스터를 영입하거나 초청하며 중계의 질을 높이기도 했다.

현재 대중들이 열광하는 스타를 경기장에 초대하는 것도 흥행의 한 요인이다. 지난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 가수 임영웅이 방문해 시축과 하프타임 공연을 진행했다. 이날 경기장에 4만 5007명의 관중이 들어서며 유료 관중 집계 이후 단일 경기 최다 관중을 달성했다. 우리대학 스포츠과학과 신재휴 교수는 “유명한 스타를 초청하는 것은 대중들을 경기장으로 이끌고 K리그 경기에 매료시킬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2부리그에서 갓 승격한 대전 하나 시티즌과 광주FC가 약진하는 모습 등 구단마다의 다양한 서사도 이번 시즌 K리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도약의 열쇠는 ‘마케팅’

도약의 기회를 잡은 K리그는 다양한 과제에 당면해 있다. 먼저 K리그 구단과 연고지 간의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 연고지 문제는 K리그가 한국 프로야구 리그(이하 KBO)에 제1의 프로스포츠 자리를 내준 이유다.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광주의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타이거즈) 등 대도시를 연고지로 둔 구단을 찾아 리그를 편성했던 KBO와 달리 K리그에서는 구단의 연고지가 변경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1996년 정부가 지방 축구 활성화를 내세우며 서울특별시를 연고로 한 일화 천마(현 성남FC), LG 치타스(현 FC서울),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연고지를 강제로 이전시킨 일이 있었다. 연고지 이동을 겪은 구단은 홈구장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지역민들과 깊은 유대를 형성하지 못해 주목도와 인기가 떨어졌다. 

신재휴 교수는 “연고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밀착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지역의 문제를 구단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공유가치창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의 어린이들이 방과후에 경기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어린 팬들을 겨냥하는 마케팅도 필요하다”며 “어릴 적부터 쌓인 구단과의 추억은 충성심 높은 팬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 그 자녀까지 팬심을 물려주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마케팅과 인프라 측면에서의 발전도 필요하다. 신 교수는 “경기 승패를 떠나 경기장에서의 경험이 중요하다”며 “경기장에 설치된 특수 좌석이나 부스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즐기게 하는 등의 호스피탈리티 마케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은 매 경기 전광판에 QR코드를 띄워 경기장에서의 경험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또한 리모델링을 통해 스카이박스, 스카이펍 등 특별석을 설치하며 관중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서울의 팬 정민기(23) 씨는 “스카이펍에서는 일반석과 달리 맥주와 음식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예매가 힘들어도 찾는 편”이라고 전했다. 울산 현대의 홈구장 울산문수축구경기장도 노후 좌석과 조명을 교체하는 등 매년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다. 신 교수는 “국내 경기장들은 지자체에서 관리하기에 구단들은 지자체와 협업해서 경기장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40주년 K리그와 함께 찾아온 도약의 기회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정 씨는 “어릴 때부터 서울과 함께 자라오며 경기장에 비해 관중이 적다고 느꼈었다”며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많아지니 경기 보는 맛이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김영서 씨도 “얼마 전 친구 따라 수원의 경기를 직관했을 때 K리그도 유럽 축구 못지않게 재밌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사람이 K리그의 매력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K리그가 이번 시즌의 흥행을 발판 삼아 제1의 프로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비: 축구에서 지리적으로 인접한 구단 간의 경기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