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모로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어붙은 세상을 보여준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며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결국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영화 내용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19년 대기권이 요동치며 오스트리아에서는 40cm가 넘는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로 11명이 사망하고 약 1만 2천 명이 고립됐다. 2020년 미국 덴버에는 사흘간 폭염이 이어지고는 다음날 돌연 폭설이 내렸다. 여름철 하루아침에 40도가 강하하며 20년 만에 15cm 이상의 눈이 쌓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해수면 상승은 이해가 쉬우나, 겨울에 갑작스럽게 추위와 더위가 반복되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롤러코스터처럼 하늘을 요동치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제트기류’다. 까마득한 하늘 위의 기류 하나가 무엇이길래 우리의 계절을 바꾸는 것일까. 
 

지구온난화로 휘청이는 제트기류

제트기류는 극지방 기단과 적도 기단이 부딪혀 형성된 공기의 흐름이다. 지표면으로부터 10km에 위치하며 초속 30m에서 150m의 강풍으로 대기를 순환시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는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클수록 고무줄처럼 팽팽해진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남쪽과 북쪽 대기의 온도 차가 작아지면 제트기류는 약화된다. 이때 제트기류는 물결모양을 그리며 위아래로 진동하기에 일종의 사인파 형태로 진행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인파의 마루와 골의 구불거림이 심해져 폭염, 폭우, 한파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게 된다. 

국립공주대학교 대기과학과 김맹기 교수는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주는 방패 같은 역할을 한다”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구불거림이 심해지며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전했다. 이번 여름, 제트기류는 유럽에 이상 저온 현상을 일으켰다. 이화여자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에 재학 중인 구은진(23) 씨는 “당시 제트기류가 영국의 남쪽에 위치해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로 남하하게 돼 너무 추운 여름을 보냈다”고 말했다. 

성층권의 뜨거운 반란

지구는 복사에너지 평형을 이룬다. 태양으로부터 받은 복사에너지의 일부가 대기를 통해 지구 복사에너지로 흡수 및 방출돼 복사 평형을 유지한다. 이때 지구의 대기권들 사이에서 복사에너지 교환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구 대기권은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구성된다. 대류권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 사이 구간으로 온실가스를 포함해 지구 대기권을 구성하는 기체의 75%가 존재하며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 복사에너지가 감소해 기온이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성층권은 지표면으로부터 약 10km에서 50km 사이 구간으로 오존층을 통해 자외선을 흡수하며 생명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온실가스는 온실효과를 통해 지구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온실가스가 과도하게 배출되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 위치한 온실가스가 지구 복사에너지를 계속 흡수해 대류권의 온도는 상승하고 성층권은 냉각된다. 지구라는 화로가 온실가스라는 담요를 몇 겹씩 덮게 돼 위쪽의 공기는 추워지고 화로는 더 뜨거워지는 온실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따뜻해진 대기권의 기류는 온실효과로 북극의 빙하를 녹이며 다시 성층권으로 이동한다. 

이때 북극의 극소용돌이가 약화돼 성층권의 온도를 순식간에 수십도 치솟게 만드는 ‘성층권 돌연승온’이 발생한다. 성층권의 급격한 온도상승으로 적도와 고위도, 북극 사이의 대기 온도 차가 작아지면서 제트기류의 구불거림이 더 심해지게 된다. 결국 북극에 있어야 할 찬 공기가 느슨해진 제트기류를 밀어내 중위도 지역에 강력한 한파를 일으킨다. 

뫼비우스의 띠, 북극 증폭 현상 

북극을 괴롭히는 것은 성층권 돌연승온뿐만이 아니다. 북극은 다량의 눈과 빙하로 구성돼 알베도가 높다. 알베도는 태양 복사에너지를 반사하는 정도로, 지구의 복사 평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알베도가 감소해 북극해로 입사되는 태양 복사에너지가 증가한다. 태양 복사에너지의 증가는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북극의 알베도를 감소시킨다. 감소된 알베도가 다시 태양 복사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무한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 북극 증폭 현상이다. 

북극 증폭 현상으로 적도와 고위도, 북극 사이의 대기 온도 차가 감소하고 제트기류가 남하해 초강력 한파가 찾아오게 된다. 김맹기 교수는 “동아시아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제트기류가 남하하기 유리한 구조”라며 “북극의 찬 공기가 황해를 건너면서 증발해 불안정한 구름으로 응결되고 폭설과 한파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0년 사이 북극에서 알래스카의 2배에 달하는 면적의 빙하가 녹아내렸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30년에는 해빙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팔과 패딩만 입게 될 지구

제트기류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반도라는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는 육지로부터 오는 대륙성 고기압과 바다로부터 오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계절변화가 뚜렷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뚜렷했던 사계가 점점 이계(二季)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아침 기온은 영하 1.9도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4일 아침 기온 14.1도와 비교했을 때 15도 이상 급격하게 감소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다시 9도까지 올라가더니 다음날 24일에는 영하 3도까지 떨어졌다. 박형준(건공 20) 씨는 “지난해에 비해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며 “포근했다가 추웠다가 변덕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상의 인간이 하늘의 온도를 멋대로 바꾸고 있다. 제트기류는 전 세계의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인간이 만든 따뜻한 지구는 북극의 찬바람을 뱉고 있다. 이대로라면 미래의 지구는 용암 같은 더위와 얼음장 같은 혹한만이 남게 될 것이다. 김맹기 교수는 “결국 모든 것이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영향”이라며 “전 분야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빠른 전환이 즉시 이뤄져야만 한다”고 변화를 촉구했다.  


이건 수습기자 
gunlee200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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