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구의 범죄주의구간(붉을수록 위험 지역). 청량리역, 회기역 근방에 8~9등급 거리가 즐비하다.
▲ 동대문구의 범죄주의구간(붉을수록 위험 지역). 청량리역, 회기역 근방에 8~9등급 거리가 즐비하다.

동대문구 3개 학보사(서울시립대경희대한국외대) 연합취재단은 △이문동 △전농동 △청량리동 △회기동 △휘경동을 중심으로 동대문구 3개 대학가 자취촌 치안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동대문구 대학가, 당신의 자취방은 안전한가요?

동대문구는 타 지역에 비해 치안이 좋은 편일까. 동대문구 「생활안전지수」는 2등급으로, 3등급이었던 지난 2018년 이후로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가 범죄 근절을 위한 시설 보완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최근 1년간 5대 범죄 발생 현황을 밀도분석해 10등급(숫자가 높을수록 위험 지역)으로 표현한 「범죄주의구간-성폭력」을 살펴봤다. 회기역 주변은 번화한 역사 앞임에도 9등급 거리가 있었다. 외대앞역 큰 길가에는 치안 안전시설이 전무했으며, 8등급 거리가 있었다. 청량리역의 경우 8등급에서 10등급에 달하는 거리가 있었으며, 역사 근처에서는 더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대학가 자취촌이 치안 문제를 호소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봤다. 많은 대학이 위치한 강북은 거주지가 들어오고 난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길이 생겼다.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남진 교수는 “도시가 계획된 후 건물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고, 필요에 의해 길을 확보하다 보니 골목길이 많고 구불구불한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주변에 골목이 많고 으슥한 것 또한 오래 전 대학이 자리를 잡고 그에 따라 학생들이 모여 대학가 자취촌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후문은 큰길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적어 조용하고, 골목마다 가로등이나 보안등이 없어 조도가 낮다. 

경희대와 한국외대 정문 자취촌은 대학로와 붙어 있어 취객이 많다. 낙후된 건물이 밀집한 것도 문제다. 생활안전지도의 「노후건물정보」에 따르면 동대문구에 남아 있는 30년 이상 연식의 노후 건물은 △이문동 3416개 △전농동 2482개 △청량리동 1064개 △회기동 705개 △휘경동 1054개로 총 8721개에 달했다. 동대문구는 구도심이라는 특성상 재개발이 시작되거나 이뤄질 예정인 곳이 많아 공사장 등 우범지대가 곳곳에 있다. 실제로 동대문구 갑 지역에서만 24군데가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동대문구 3개 학보사 연합 취재단은 치안과 관련한 학생들의 실제 사례를 취재했다. 한국외대 재학생 임혜안(사회·행정 22) 씨는 “신이문역 근처는 가로등이 많지 않아 너무 어두운데, 어둠 속에서 담배를 피거나 앉아있는 사람이 꽤 있어 괜히 공포감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윤현서(국사 22) 씨는 “후문의 경우 으슥한 골목이 많다”며 “큰 길뿐 아니라 골목의 조도에도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인 가구 많은 동대문구 우범지대에 학생들 ‘불안’ 

동대문구는 지역 내 대학들이 밀집해있어 1인 가구 수도 많다. 지난 2021년 기준 동대문구 1인 가구 수는 6만 5290가구로 서울시 평균 1인 가구 수인 5만 9596개를 능가한다. 이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9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국가통계포털에서 발표한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동대문구에서 발생한 강력범죄는 총 1518건으로 서울특별시 25개 자치구 중 13번째로 높았다. 폭행이 924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성폭력이 260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동대문구에 자취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 질의한 결과 많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폭행, 성폭력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취객과 관련한 답변이 주를 이뤘다. 경희대 재학생 김보민(경영 23) 씨는 “새벽에 누군가 자취방 도어락을 열려고 한 적이 있다”며 “밤에 귀가할 때 길에 누워있던 술 취한 남성을 만났는데 도어락을 열려고 했던 사람이 내가 목격한 그 취객이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3개 학보사 연합취재단은 우리대학·경희대·한국외대 135명 학생을 대상으로 「동대문구 치안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51%가 ‘거주하는 곳 주변의 치안 정도’를 3점 이하(5점 만점, 보통~매우 낮음)라 답했다. 이유로는 △낙후된 동네 분위기(82.6%) △어두운 길(62.3%)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40.6%) △CCTV 부재(20.3%) △여성 안전 귀갓길의 부재(10.1%)를 꼽았고 △묻지마 범죄 △노숙자 상주 △순찰 부족이 뒤를 이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 

동대문구는 경찰서 관할의 생활안전협의회와 자율 방범대, 구청 관할의 치안 협의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회기파출소 최민호 경위는 “회기동에서는 순찰차 2대로 곳곳을 24시간 순찰하고 있다”며 “얼마 전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을 때는 회기역을 중심으로 집중 순찰을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농파출소와 이문파출소 또한 일상적으로 112 순찰 근무를 하고 있다. 이문파출소 구교혁 경장은 “치안에 관련해 이문동의 어두운 곳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순찰을 돌아달라는 민원이 많다”며 “뿐만 아니라 취객이나 수상한 사람이 있어 순찰을 요구하는 민원과 가로등이 없는 장소에 순찰을 돌아달라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외대 재학생 김하형(아시아·마인어 21) 씨는 “밤 11시쯤 외대앞역 쪽 위치한 집으로 가던 중 근처 호프집에서 취객의 싸움을 목격했다”며 “근방에 순찰차가 전혀 다니지 않아 너무 불안했다”며 순찰 반경 확대와 빈도 증가를 요구했다. 우리대학 후문 구역에는 인근 파출소나 순찰대가 없다. 휘경2치안센터 또한 문을 닫은 상태다. 우리대학 A(21) 씨는 “저녁에 가끔 고성을 들은 적이 있지만 경찰이 출동한 적은 없다”며 “쪽문에는 파출소와 가로등이 많지만 후문은 골목마다 가로등이 없는 곳이 더 많아 가까운 곳에 치안센터가 다시 생기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불안감 해소와 범죄 예방을 위해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다. 대학가인 청량리동, 휘경동, 회기동을 중심으로 파악한 결과 CPTED 구간이 존재하나 이문동에는 타 구역의 큰길에는 존재하는 골목길 바닥 조명 장치와 더불어 대부분의 CPTED 구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남진 교수는 “골목길마다 소리나 정확한 액션 감지가 가능한 CCTV 설치를 통해 자치구청과 경찰서 간 연계를 통해 즉각적 범죄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도를 관리해 밝은 지대를 구축하고 CPTED 구간을 만들어 사각지대 골목을 없애 범죄율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치안 시설 공백을 민간 가게가 메우기도 한다. 우리대학 방예현(국사 22) 씨는 “24시간 운영되는 빨래방과 편의점이 가로등 없는 어두운 길을 비춰주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음습한 공간의 해소를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24시간 점포 등에 구청이 전기세를 감면해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과거 치안 문제는 ‘주체적 공공성’, 즉 경찰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 시대는 민간과 다 함께 해결해 가는 ‘내용적 공공성’이 대두했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은 캠퍼스와 대학가 방범을 자율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권역이 넓기에 학생 순찰과 방범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남 교수는 “동대문구 주민자치단체나 자치구 자치행정과와 협력해 대학가 일정 구역 방범을 맡기고 학교에서는 그들에게 캠퍼스 시설 사용 등에 대해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있다”며 행정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대문구의 안전한 주거 환경을 바라며

동대문구 3개 학보사 연합취재단은 동대문구 대학가 치안 개선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동대문구의회 박남규 의원을 만났다. 박 의원은 “작년 11월 동대문구 청년기본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해 ‘청년들의 사회안전망 강화’ 기준을 만들었다”며 “기준이 있기 때문에 방범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구청장에게 실질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년기본조례』 제16조 3항에 따르면 ‘구청장은 청년의 안전한 주거환경과 청년 주거 밀집지역 내 범죄예방 및 보행환경 개선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의원은 “앞으로도 동대문구의 안전망을 꼼꼼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3개 대학 간 연합취재를 통해 많은 1인 가구 학생들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주거 문제를 취재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동네가 더 안전하고 밝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 자치구, 대학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도시계획 및 건축설계 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키는 일련의 노력과 과정


서울시립대신문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대학주보 이지수 기자 ssu1404@khu.ac.kr
대학주보 김동희 기자 kdh0626@khu.ac.kr
외대학보 조수빈 기자 05subin@hufs.ac.kr
외대학보 지유솔 기자 07yusol@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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