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국회에서는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갈수록 정치인들의 언어가 과격해지는 현상이 나타나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상 대화에서의 언어 문제도 여전하다. 최근 유행한 MBTI도 언어 문제의 소재가 되곤 한다. “내가 T라서 공감이 안 되네”라고 말하며 MBTI를 본인의 결함에 대한 변명으로 오용하거나 우열을 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교묘해지는 언어 문제

언어 사용은 꾸준히 사회 문제로 제기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는 호남 지역과 여성, 좌파에 대한 혐오를 일삼으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혐오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된다.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과 개인을 비하, 모욕하거나 집단 간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된다. 혐오 표현은 기존에 존재했던 욕설을 대놓고 쓰거나 모욕을 주는 언어폭력의 범위를 넓혔다. 언어폭력은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42.8%(초등학교) △37.8%(중학교) △40.0%(고등학교)로 모든 학교에서 피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최근 문제로 지목되는 단순하고 과격한 언어 사용은 언어 문제로만 판단하기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해당 언어가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언어폭력보다 덜 심각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산주의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 예시다. 윤 대통령은 이번해 8·15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로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반국가세력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사용한 ‘공산 전체주의’는 국립국어원이 기준으로 삼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대학생 A(23) 씨는 “정부는 근거 사례는 들지 않고 자극적인 말로 주목만 끌고 있다”며 “단어를 마음대로 조합해 사용하면서 의미를 모호하게 전달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지자와 정당 내부 결속만을 위해 이념싸움을 유발하는 게 눈에 보인다”는 생각을 밝혔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는 “어렵거나, 강하거나, 새롭게 말하면 쉽게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단순히 강하게 말해서 주목을 끄는 말은 일시적인 효과만 보일 뿐”이라 경고한다. 이어 “유권자들이 어설프게 강하기만 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실체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치권을 벗어난 일상 범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유사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 등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벌어질 때 일부 이용자는 본인의 주장과 다르게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을 ‘정신병자’로 칭하곤 한다. 해당 단어는 커뮤니티에서 주류로 인정되는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거나 커뮤니티가 배척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을 비하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대학생 B(22) 씨는 “커뮤니티 안에서는 주류 의견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며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반대 주장은 너무 튀고 비상식적으로 여겨진다”고 이야기했다.

상식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이해력과 판단력까지 포함하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신 교수는 “개인의 생각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며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지 못해 이러한 발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9월 SBS 뉴스 [왜 때렸냐 물었더니…“여자는 군대안 가잖아!”] 유튜브 영상에 달린 인기순 댓글 일부 재구성
▲ 지난 9월 SBS 뉴스 [왜 때렸냐 물었더니…“여자는 군대안 가잖아!”] 유튜브 영상에 달린 인기순 댓글 일부 재구성

원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언어폭력과 혐오 표현에 이어 언어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으로 지목된 온라인 커뮤니티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공격성과 혐오를 퍼뜨리고 있다(▶참고기사: 제754호 5면 「당신의 ‘에타’는 안녕하신가요, 대학가를 휩쓴 혐오」). 지난 2021년 학술지 『방송과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논문 「청년 세대의 분노와 혐오 표현의 탄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혐오-언어’ 표현 실태 분석을 중심으로」에서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 커뮤니티 내 구성원과 의견을 공유하기보다 점차 타인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방식으로 변모했음에 주목했다. 

신지영 교수는 “온라인 세계는 짧은 시간에 짧은 글이나 영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이 핵심”이라며 “제목이나 내용을 과격하고 자극적으로 만들어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온라인 커뮤니티 방문자 수는 △약 1억 9570만 명(디시) △약 7900만 명(에펨코리아) △약 6090만 명(인벤) 등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규모가 커지며 언어 문제가 이어진 것이다. 

한편 온라인의 자극적이고 과격한 언어 사용과 여론은 일부 이용자가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2018년 발표된 논문 「Community Interaction and Conflict on the Web」에서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데이터를 관찰했다. 그 결과 사용자의 0.1%가 부정적인 갈등 중 38%를, 1% 사용자가 74%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밝혀졌다. B씨도 “자주 방문하는 커뮤니티의 주류 의견은 소수 이용자들의 자극적인 게시글에 분위기가 휘둘려 형성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온라인만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에 이미 존재하던 언어 문제가 온라인으로 들어가 더욱 확산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서로가 가진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순항하는 것이 민주시민 교육의 기본”이라며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나의 한계를 검토하는 진정한 토론을 익혀야 한다”고 전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면서도“온라인 이용자가 매우 늘어나 이제는 ‘문제는 온라인이니 쓰지 말자’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존하면서도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달라도 함께 갈 수 있다 

단순하고 과격한 언어 사용은 다른 집단과 개인을 쉽게 배제하고 차별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사회로 귀결된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난하는 여론만 보다 보니 나도 그들을 나쁜 집단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장애인과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일반 시민들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그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난하는 입장을 답습한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언어 문제는 확증 편향*과 문해력 저하, 허수아비의 오류** 등으로 이어지며 개인의 사고력과 사리 분별 능력 퇴화에 기여한다. 과격한 언어 사용으로 인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 사회적으로 오해와 갈등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언어 문제가 두드러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치권에서 갈등이 잦은 원리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지영 교수는 “개인의 생각은 옳고 그름이 아닌 손에 장갑을 끼우는 것처럼 들어맞는지 아닌지의 문제”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세계관에서는 들어맞는 생각이더라도 타인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할지는 다른 문제라는 의미다. 신 교수는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5천만 명이 사공인 대한민국호가 순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 교육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확증 편향: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에 해당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는 반면, 자신의 생각에 반대되는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경향 
 **허수아비의 오류: 상대방의 입장과 유사해 보이는 허위 진술로 상대의 입장을 곡해하고, 허위 진술에 반박하고 공격하는 논증의 한 종류


정시연 객원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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