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천광역시에서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모두 전세사기로 약 650억원을 챙긴 ‘건축왕’ 남 씨로부터 약 7천~9천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였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세사기가 급증하며 안전한 보금자리가 돼야 할 집이 도리어 청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종강 전 새로운 집을 계약하는 시기를 맞아 전세사기의 원인과 안전한 주거지를 마련하는 방안을 알아봤다. 

전세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청년세대

지난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전세피해지원센터 운영 현황」에 의하면 접수된 전세사기 피해 사례 1203건 분석 결과 전세사기 피해자의 72%가 2~30대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세대가 전세사기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월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분석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가 발생한 주택유형은 오피스텔(32.7%), 연립·다세대주택(29.3%), 단독·다가구주택(19.7%) 등이었다.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을 역임한 우리대학 윤성원 교수는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있는 유형의 주택들은 아파트보다 집값이 낮아 집주인의 갭투자* 대상이 됐다”며 “임대인이 보증금을 다시 돌려줄 능력이 없음에도 세입자의 보증금을 다른 곳에 투자해 자본을 불리려는 행위가 전세사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청년세대는 아직 소득이 낮아 사회 초년기에 임대료가 저렴한 주택에 거주해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23년 3차 서울 청년매입임대주택’의 경쟁률은 157대 1에 달했다. 청년 주거권 개선을 위한 청년 연대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저렴한 집이 필요한 청년은 많으나 공급이 워낙 적다 보니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집을 구하게 된다”며 “청년이 이용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실효성 있는 월세 지원 정책의 부재로 전세 대출 방식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미흡한 주거 정책과 복지 탓에 전세 대출을 이용하는 청년의 비율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전세사기를 당하는 청년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거래 지식과 계약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김가을 교수는 “사기는 형법상 재산범죄에 속하나 실무적으로 지능범죄에 해당한다”며 “사기범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기 위한 수단에 대해 피해자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기에 피해자는 착오에 빠져 옳은 사고를 할 가능성을 잃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은 타인의 물건을 사용하는 법률 관계에 대한 지식 및 경험과 정보가 적어 전세사기에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해결책,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도움 안 돼

대부분의 전세사기는 이른바 ‘깡통전세’ 방식으로 이뤄진다. 깡통전세는 임대인이 전세가격을 매매가격의 80%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시작된다. 이 경우 가해자에게 남은 재산이 없다면 세입자는 전세 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기 어렵다. 이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하 전세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임대인을 상대로 통상 사기죄 고소와 더불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갚을 수 있는 임대인의 능력에 따라 보증금 반환가능성이 달라지기에 민사소송과 집행만으로는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담보하기 어렵다. 

전세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도 방심할 수 없다. 지난 4월 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이번해 8월까지 5년간 전세보증 가입자의 보험 지급 이행이 거절된 건수는 총 182건이었다. 더불어 지난해 전세보증 가입자가 HUG로부터 반환금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평균 55.75일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에 가입해도 전세금 보장을 받을 수 없거나 반환 시점이 늦어 실질적으로 문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세보증을 인정받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 전세보증으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선 △확정일자 △전입신고 △점유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나 이를 만족하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수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HUG가 전세사기 피해의 책임을 세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에 경매와 공매 중단·유예 △피해자가 경·공매에 참여할 경우 우선매수권 부여 △LH 등 공공기관에게 우선매수권 양도 시 공공기관 우선매수 후 매입임대주택 형태로 계속 거주 △새롭게 전세를 얻을 경우 최우선변제액만큼 무이자로 대출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우리대학 국제도시과학대학원 박준 교수는 “의도적인 범죄를 개인이 직접 범죄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를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개별적 소송 변호사비 부담이 크고 이에 대한 법률 지원도 거의 없다”며 “심지어 비의도적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아예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전히 수천 명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를 전세로 계약했던 A씨는 한순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해버렸다. 지난해 2월 전세 계약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달 정부는 법 시행에 따른 결과를 보고받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수 위원장은 “전세사기는 국가 정책의 구조적인 문제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는 잘못됐던 관행이 오랜 시간 방치돼 왔고 안전하지 않은 대출 정책이 만연했다”며 “이번 개정에서는 공인중개사나 임대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세대의 주거 안정성 보장이 시급한 현실

전세사기를 비롯한 다양한 주거 문제로 청년세대의 주거 안정성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수 위원장은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청년 세입자가 사회에서 주거지를 구할 때 마주하는 차별과 불평등도 심각하다”며 “청년 주거 정책의 기조를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 전환하고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여러 주거 단체 등과 세입자로 살고 있는 청년이 임대인과 중개사 간 겪는 분쟁을 함께 고민한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자 토론회를 개최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현 상황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새로운 정책 대안에 대해 논의하며 청년세대를 돕고 있다.

우리대학 주변에서 자취 중인 B(23) 씨는 “부동산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많고 어려워 좋은 집을 구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우리대학은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총학생회 ‘비비드(VIVI:D)’에서는 지난 1월 우리대학 주변 원룸촌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슬기로운 시대생활을 위한 시립대 자취가이드’를 제공했다. 

더불어 학생미래지원센터는 지난 10월부터 총 4차례 ‘부동산 기초강좌(나비스트 Track B)’ 비교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부동산 기초 지식을 전달했다. 전세 계약에 대한 청년세대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윤성원 교수는 “집값과 전세가격은 금리와 소득수준, 기대심리 등 여러 경제변수와 직결되기에 전세 계약 체결 이후에도 부동산시장 흐름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며 장래의 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갭투자: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한 후, 단기간에 전세를 올려 그에 따른 매매가 상승에서 얻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보험회사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하는 보험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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