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 엽기적인 그녀

어느 시대이든 청춘의 형태는 비슷하다. 대학생들은 밤마다 술병을 따고, 얼굴이 바알간 도시민들의 한숨은 지하철 막차를 가득 채운다. 피 끓는 청춘의 대명사, 대학생 ‘견우’도 그런 인파 속에 섞여 살아간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견우가 ‘그녀’와 묻었던 타임캡슐을 찾으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며 견우는 회상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저녁, 엽기적인 그녀와의 첫 만남을 말이다.

“전 언제나 순정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그런 여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라며 지하철을 기다리던 견우의 앞에 술에 잔뜩 취한 여학생이 나타난다. 그녀는 노약자석에 앉아 껌을 짝짝 씹는 불량배를 겁 없이 물리치면서도, 자리에 앉은 노인의 머리에 토를 하고 쓰러진다. 어째선지 견우는 위태로워 보이는 엽기적인 그녀를 두고 갈 수 없다. 그녀를 치유해 주고 싶다는 다짐은 전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그를 끌고 간다.

견우는 너무나도 평범하다. 그렇지만 그녀와 연애하게 된 순간부터는 하루하루가 특별해진다. 영화감독이 꿈인 그녀와 함께 난생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고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애틋한 눈빛을 보내다가도 “꿈 깨!”라고 소리치는 예측 불가한 그녀는 견우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바보로 만든다. 그러나 함께하던 나날에도 끝은 찾아온다. 둘은 2년 후에 재회할 마음이 있다면 함께 타임캡슐을 열자고 약속한다.

이별 후 그녀와의 이야기를 컴퓨터 통신에 연재하던 견우는 그녀가 꿈에 그리던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견우에게 그녀는 ‘꿈’이 아니었을까. 다다르고 싶고,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고, 이별한 이후에도 곱씹으며 더 나은 나로 도약하게 하는 소중한 꿈 말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꿈같은 사랑의 강렬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사랑하는 동안 우리는 우습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목을 매냐며 손가락질하고 웃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이들의 천진함은 반드시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끈다. 엽기적인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열렬히 사랑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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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와 비슷한 영화는? 클래식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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