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음식은 하나같이 맛이 없는 것 같아요.”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김아영(21) 씨의 고민이다. 건강을 생각해 비타민이 함유된 채소를 먹는 등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입에 맞지 않아 힘들다는 것이다. 5년째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A(18) 씨도 “운동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어렵다”며 “운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오히려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건강 트렌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 sure)’는 “건강을 챙기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기존 관념을 타파한다. ‘건강(healthy)’과 ‘즐거움(pleasure)’을 합친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지키면서도 즐거움까지 챙길 수 있게 한다. 청년들의 건강관리를 즐겁게 만드는 건강 트렌드, 헬시 플레저를 알아봤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정신이 필요하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20~69세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새해 소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34.7%의 사람들이 꼽은 이번해 새해 소망 1위는 ‘건강’이다. 중국 유교경전 『서경』에서도 인생의 바람직한 첫 번째 조건으로 ‘장수(壽)’를 제시했다. 건강이 인류의 유구한 바람으로 유지돼 왔음을 알 수 있다.

헬시 플레저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유는 2030 세대의 관심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서 지난해 전국 만 20~70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을 위한 활동 증가 여부 질문에 2030 세대 18.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 명상앱 ‘마보’에 누적된 393개의 명상일기. 함께한다는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게이미피케이션*이적용된 결과다.
▲ 명상앱 ‘마보’에 누적된 393개의 명상일기. 함께한다는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게이미피케이션*이적용된 결과다.

40~60대 평균 응답률 12.5%보다 6.4%p 높은 수치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심리상담 전문 플랫폼 ‘마인드카페’ 누적회원수가 200만 명을 넘고 명상 앱 ‘마보’가 다운로드 수 70만 회를 기록하는 등의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기자가 마보에서 제공하는 명상 일기 시스템에 접속했을 때는 393명의 회원들이 작성한 명상 일기가 공유되고 있었다.

김아영 씨는 “굳이 싫어하는 음식을 먹고, 싫어하는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으로 즐겁게 생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들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움을 찾기 시작하자 관련 업계도 그들을 따라 발을 옮겼다. 

특히나 2030 세대가 건강관리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상반기 건강식품 매출이 전 연령대 대비 20대 고객이 약 3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년째 계속되는 헬시 플레저 열풍에 업계는 매번 이를 겨냥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차, 디카페인, 제로…식품업계도 헬시 플레저 홀릭

식품업계는 헬시 플레저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헬시 플레저와 함께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카페인 열풍이 주춤하고 있다(▶참고기사: 제790호 7면 「카페인 수혈이 필요한 현대인들, 서서히 의존과 중독의 길로」). 커피의 대체제로 차(茶)와 디카페인 음료가 떠오른 것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차류 소매점 매출은 12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6%의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가 함유된 ‘아임얼라이브 콤부차’ 등 2030 세대 입맛에 맞는 건강차를 출시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도 디카페인 커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확대중이다. 이디야커피에서 지난해 판매한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는 12만 잔의 누적 판매량을 채웠다. 메가MGC커피도 기존 에스프레소 음료 29종을 디카페인으로 변경해 주문할 수 있게 했다. 나아가 차와 디카페인을 합친 제품도 등장했다. 달차컴퍼니는 커피 원두 대신 보리를 사용해 커피 맛을 구현한 음료 ‘검정보리 시리즈’를 만들었다.

기존 음료수에서 설탕을 뺀 제로 칼로리 음료수(이하 제로음료)도 인기다. 제로음료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 중 가장 지속가능성이 좋은 제품군으로 지목된다. 롯데칠성음료의 제로음료 매출액은 지난 2021년 890억원에서 지난해 273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HK이노엔이 출시한 제로음료 ‘티로그 납작복숭아 아이스티’도 한 달 만에 약 350만 병이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A씨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설탕이 많이 든 음료보다 제로음료를 마신다”며 “맛도 있고 칼로리도 없어 기분 좋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헬시 플레저 열풍에 힘입어 설치된 제로음료 코너. 한 가족이 제로음료를 구입하고 있다.
▲ 헬시 플레저 열풍에 힘입어 설치된 제로음료 코너. 한 가족이 제로음료를 구입하고 있다.

이제는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운동을 통해 정신적 쾌감을 찾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는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쾌감과 행복감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수로 30분 이상 달릴 때 활성화되는 엔도르핀이 강한 진통 효과와 함께 희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장윤한(21) 씨는 “러너스 하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그 행복감을 느껴보고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분명 고통스러웠지만 이제는 달릴 때 느끼는 행복감에 중독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함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앱을 제작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지난 2022년 디지털시계로 자신의 러닝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이키 런 클럽’ 앱을 활용한 나이키 50주년 기념 챌린지를 시행했다. 사용자가 뛴 거리에 레벨을 부여하고 다른 사람들과 내 데이터의 순위를 공유하는 등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식품 업계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까지 헬시 플레저 열풍과 함께 순항 중이다. 한국마케팅연구원에서 발행된 「헬시 플레저 마케팅」에서는 “헬시 플레저가 건강관리와 또 다른 트렌드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꾸준한 건강관리이기에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끊기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마케팅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미피케이션: 게임이 아닌 것에 게임적 사고 기법을 활용해 사람을 몰입시키는 과정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