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 따라 개인은 사생활을 보호받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생활이 언제든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처한 직업이 있다. 숨겨오던 연애 사실이나 개인 간 불화가 뉴스 매체에 폭로되며 입에 담기 어려운 악성댓글(이하 악플)을 받는 이른바 스타, ‘연예인’이다.

지난해 12월 고(故) 이선균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 보도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른 사건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 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 정보가 유출됐고 심지어 공영방송사 KBS가 유흥업소 직원과 이 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사적 영역이 고스란히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보도 행태가 지적되며 연예인 사생활 보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안에서 해부되는 ‘개인’

언론보도로 인한 사생활 침해는 크게 △사적 공간의 무단침입 △사적 사실의 공적 공표 △오해를 낳는 공표 △인적표지영리권 침해로 구분된다. 이선균 배우의 마약 수사가 공개된 지난해 10월 19일부터 약 2달간 이 씨를 키워드로 약 1만 400건의 기사가 작성됐다. 그중에는 ‘이선균·지드래곤에 마약 공급한 의사 입건’, ‘이선균·지드래곤 ‘정밀감정’ 음성… 신종 약물 검출 한계’ 등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혐의를 기정사실화하거나 기자의 사견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제목을 단 기사도 다수 존재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이정석 연구원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사실처럼 보도한다면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나아가 실질적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 왼쪽 선은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 오른쪽 선은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이다. (출처: 미디어오늘)
▲ 왼쪽 선은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 오른쪽 선은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시점이다. (출처: 미디어오늘)

한동대학교 언론정보문화학부 신순철 교수는 「언론의 무분별한 속보성 경쟁과 연예인의 인격권」의 도입에서 “과거 서구에서는 누군가에 의해 명예가 더럽혀진 사람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면 명예를 훼손한 자에게 목숨을 건 결투를 신청해야 했다”며 “그런데 만일 갈등의 당사자 중 어느 한 편이 도저히 무력으로 결투를 벌이기에 불가능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무수한 언론 매체로부터 공격받지만 실질적으로 언론에게 대응책이 없는 연예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사가 모여 여론을, 여론이 모여 압박을

언론을 통해 연예인에 대한 오해가 공표되면 그를 기반해 그릇된 여론이 형성된다. 평소 SNS를 즐겨하는 A(21) 씨는 “연예인에 대한 자극적인 제목을 가진 기사의 전문을 읽지 않고 그대로 SNS에 공유한 적이 있다”며 “뉴스의 제목이 전문을 함축한다고 생각해 기사 제목을 곧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잘못 형성된 여론에서 파생되는 악플도 문제다. 지난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20살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살 원인에 악플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사람은 97.7%였다. 그중 72.6%의 사람들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연예뉴스 댓글로 인한 명예훼손과 연예인의 고통 호소가 지속되자 지난 2020년 네이버, 네이트 등 검색 포털 사이트는 연예뉴스의 댓글창을 폐쇄했다(▶참고기사: 제746호 5면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이어 스포츠 뉴스도 댓글 폐지」).

그러나 댓글 폐지가 악질적인 여론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미디어오늘’에서 지난 2022년 보도한 「네이버 연예·스포츠 댓글 폐지하자 커뮤니티에 ‘풍선효과’」에 따르면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 연예 이슈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평균 댓글 수는 324개에서 520개로 증가했으며 ‘DC인사이드’ 연예인 갤러리의 악플 비율은 33%에서 40.9%로 늘어났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처럼 댓글 폐지가 오히려 음지에서의 악질적 여론 확산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지켜라, 언론 윤리

지난 1월 열린 ‘이선균 재발 방지 긴급토론회’에서 인권연대는 “이 씨의 죽음은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연예인 사생활 침해, 유죄를 추정하는 여론, 연예인을 향한 악플 등이 모여 이 씨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예인 사생활 보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 김세훈 기자는 “언론은 해당 연예인의 사회적 영향성을 판단 지표로 삼아 기사를 작성한다”며 “특히 사회면의 경우 연예인 소식이 사건 사고와 연루됐다면 보도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단순 호기심 충족을 위한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연예인 사생활을 알렸을 때 그것이 공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사가 될 수 있는지 고심해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언론은 보도할 자유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 대응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1월 문화예술인 연대회의와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국회의원은 무죄추정 원칙과 알 권리의 조화를 요구하며 『수사 관련 공무원의 인권침해 방지법』(일명 이선균 방지법)을 국회 법제실에 입안 의뢰했다. 동시에 대중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정보를 생산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에 대해 사견을 실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댓글을 다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 2016년 이진욱 배우가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보도됐을 당시 “소름 끼친다”는 등 이미 성폭행범으로 ‘판결’받은 듯한 댓글이 대다수였다. 

뉴스를 즐겨보는 대학생 이현지(21) 씨는 “언론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SNS에서 사건을 재단하는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행위인지 알게 됐다”며 “일반 대중도 정보 윤리를 지켜야 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연예인의 죽음과 인격권 침해를 막기 위해 언론과 대중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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