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하 개식용 금지법)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3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식용 금지법이 의결됐음에도 여전히 개식용 문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 개식용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무엇일까.

개사육농장 파괴부터 개식용 종식까지   

‘개’는 도축을 거쳐 비로소 ‘개고기’가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여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적으로 개의 종류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축산법』 제2조에 따르면 개는 노새, 당나귀, 토끼와 함께 가축으로 정의돼 식용 목적의 개를 농장에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가축의 사육·도살·처리 및 축산물의 가공·유통 등을 규정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개는 가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개의 도살 방법이나 가공·유통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도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 『식품위생법』 제7조는 개고기를 식품 원료로 쓸 수 없다고 정의한다. 개고기는 불법이지만 개사육농장은 합법이라는 모순에 갇힌 것이다.
 

게다가 개사육농장의 도살 방법이 불법적이라는 이유로 개사육농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왔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신주운 활동가는 “개는 몸집이 천차만별이라 소형, 중형, 대형으로 분류해도 몸의 형태와 무게 등이 다양해 도축 방법, 기계, 시설 등의 규격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도축 과정에서 개를 학대하는 경우도 잦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부터 개사육농장 타파를 위해 『동물보호법』,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폐기물관리법』 등 현행법을 위반한 개 도축 현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변화를 요구했다”며 “더불어 직접 개사육농장과 도살장을 찾아내 학대당하는 개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지자체의 도움도 동반됐다. 지난 2019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을 동물 공존도시로 만들기 위해 ‘개 도축 제로’ 도시를 선언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성동구와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의 마지막 식용견 도축업소가 도축을 중단하며 개 도축 제로 도시로 접어들었다. 

민간단체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의결된 개식용 금지법을 통해 개고기는 우리나라에서 불법이 됐다. 개식용 금지법의 주목적은 개를 먹기 위한 사육·증식·도살이나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의 유통·판매를 막는 데 있다. 

세부적으로는 △식용 목적의 개 사육·증식과 도살, 개를 사용해 만든 음식물 또는 가공품의 취득·운반·보관, 판매와 알선 행위 금지 △개식용 종식을 위한 폐업 또는 전업에 대한 지원 근거 마련 △개사육농장 운영 금지 및 개식용 종식 이행 계획서 제출·이행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신 활동가는 “이번 특별법은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지니고 있어 아쉬움이 크지만 유예기간 동안 개를 임의대로 도살해 유통하지 못하도록 단속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개식용 인식 차 여전, ‘보상’ 논의도 현재 진행 중 

개식용 금지법 의결 이후 개고기 거리로 유명했던 서울시 종로구의 신진시장을 방문해봤다. 시끌시끌한 시장 안과 달리 보신탕 식당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였다. 보신탕 식당의 간판을 흘깃거리거나 욕하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 한 때 ‘개고기 거리’로 유명했던 종로구 신진시장의 모습. 여전히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개고기 식당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 한 때 ‘개고기 거리’로 유명했던 종로구 신진시장의 모습. 여전히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개고기 식당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

인근 맛집에 방문한 김윤지(24) 씨는 “반려견을 기르고 있어 보신탕을 먹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며 “보신탕 식당은 물론 보신탕을 먹는 사람도 꺼려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 탓에 고기를 식당 안에 들여놓은 모습도 보였다. 보신탕 식당의 내부는 매우 한산했고 몇몇 손님만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보신탕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손님 A(68) 씨는 “보신탕을 먹으면 원기가 회복된 느낌이 든다”며 “개고기는 우리나라의 문화 중 하나인데 먹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청량리농수산물 시장 인근의 개고기 식당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신탕이 팔리지 않아 간판을 흑염소탕으로 바꾼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보신탕을 메뉴판에서 지워버린 식당도 있었다.

육견업계에 대한 보상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이다. 개식용 금지법 의결로 인해 개고기 식당과 개사육농장 업주는 3년 내로 폐업이나 전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한육견협회’ 주영봉 회장은 “개식용 여부는 국민의 식주권과 기본권의 문제”라며 “업계 전체 폐업에 상응하는 보상 및 지원책이 선행돼야 하며 최소 4조원의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개식용 금지법에 반발했다. 

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는 “육견업계의 무리한 요구를 다 들어줘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육견업계가 단계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절히 도와주는 일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진시장 안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보시다시피 장사가 안된 지 오래됐다”며 “업종을 바꾸기에 3년의 유예기간은 너무 짧아 적절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암담함을 표했다. 

농식품부는 보상 개념이 아닌 업종 전환에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대한민국은 동물복지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개식용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며 “육견업계, 동물보호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합리적인 범위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는 되고 소는 안 되나요?

개식용 금지법이 의결되며 개와 소, 돼지, 닭 등 가축동물에게 이중잣대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와 달리 가축동물 식용의 종식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주운 활동가는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개식용에 대한 반대 청원에 약 20만 명이 동의한 것처럼 법이 제정되기 위해선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미 육식사회가 뿌리 깊게 자리 잡혔기에 가축동물의 식용 금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호 교수는 “개식용과 가축동물의 식용은 조금 다른 문제”라며 “개를 식용으로 기르는 나라는 한정돼 있지만 축산 산업은 국제적으로 도살 방법과 유통 과정이 통일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와 다른 동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방식은 잘못됐다”며 “개식용 금지법을 시작으로 가축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제정하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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