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기 독자위원회_ 제794호를 읽고

<단소리 쓴소리>를 쓰기 위해서 서울시립대신문을 떠올려 보니 <단소리 쓴소리>라는 코너명이 참 신기했다. 꽤 많은 신문사가 모니터링 코너명으로 <○○신문을 읽고>나 <독자모니터링> 등 ‘본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제목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립대신문의 독자모니터링 코너명은 조금 다르다. 여섯 글자로 독자 모니터링에 기대하는 내용을 깔끔히 정리하면서도 직관적이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이런 코너명을 만들 수 있는 신문사여서 그런 것인지 서울시립대신문 794호는 실로 균형적이고 적절하며 재밌었다.

우선 제목이 좋았다. 캠퍼스 보도의 제목은 깔끔하고 직관적이었고, 기획보도 제목은 재치와 표현력이 돋보였다. 그와 더불어 기사에 사용되는 배경 일러스트도 눈을 끌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면에 위치한 기사들 간의 연결성도 훌륭했다. 개식용 금지법부터 츄라우미 수족관, 국제 북극곰의 날 소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본문도 대부분 모난 데 없이 깔끔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이다. 1면의 포토뉴스는 사진 속 담겨있는 모습만으론 새내기 배움터 현장이라는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대운동장 사진도 현재의 대운동장 모습만을 보여줄 뿐 ‘새단장’이라는 핵심 요소는 약하게 느껴졌다. 보수 공사 전의 대운동장 사진을 함께 넣어 보수 전후를 비교했다면 보수 공사의 결과를 더 쉽게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각학과 실기 시험의 모델 근무 환경을 다룬 기사는 각각의 입장과 앞으로의 방침까지를 성실히 조사하고 작성한 기사다. 부지런히 쓴 티가 난 기사지만 다음 기사는 예리한 눈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제목에서는 조각학과 실기 모델 인권 침해가 불거졌다고 했지만, 기사의 내용은 이미 제기된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한 조각학과의 입장과 앞으로의 방침을 다루고 있어 제목과 본문의 시점 간 틈이 넓은 인상을 받았다. 기사 말미 조각학과가 내놓은 해결책은 시스템을 직접 개선하는 것에 가까운데, 인권센터는 인권 감수성 교육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막연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학교의 모델 근무 환경이나 인권센터가 추진할 인권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줬다면 보다 건설적인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시립대신문이 지면 곳곳에 능숙하게 담아 보여주는 깔끔함과 재치는 다시 신문사로 돌아가 따라하고 싶을 만큼 부러웠다. 이런 매력적인 신문도 서울시립대신문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막막한 고민과 매일을 함께하며 얻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단소리든 쓴소리든 아낌없이 시선을 보내주는 소중한 독자가 오랫동안 잔뜩 생기기를 바라며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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