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한(경영 23)

2024년 우리는 경계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 매일 언론에서는 세상의 흉흉하고 포악한 사건들을 보도하고, 사람들은 점차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하고, 차갑게 바라본다. 타인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이다. 하지만 때때로 타인과 온정을 나누는 것은 생각도 못 한 달콤함과 따스함을 전해준다.

나의 자취방 주변에는 만두가게가 있다. 처음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모둠만두를 주문했다.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던 중 사장님의 시선이 내가 샀던 감기약으로 향했다. “감기 걸렸어요?”라는 질문을 건내시고선 요즘이 환절기라며 오는 손님마다 손에 감기약을 쥐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어서 가글을 하면 감기가 빠르게 낫고, 감기 예방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려주셨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뒤 사장님께서는 내게 만두를 건내시며 “학생 잘 가요”라고 말씀하셨다. 채 5분도 되지 않고, 찜기에서 흘러나오는 뿌연 수증기를 사이에 두고 나눈 짧은 대화였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난 마음이 따뜻해졌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마지막 방송에서 말했다. “저는 이것을 여러분들께, 특히 젊은 층에게 부탁합니다. 제발 냉소적인 태도를 지니지 마세요. 저는 냉소적인 것이 싫습니다. 솔직히 제가 제일 안 좋아하는 태도이고, 냉소적인 것은 어디에도 도움 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인생에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모두 얻으며 살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할 때도 “~로 부탁드려요”와 같이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친절한 표정과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편의점에서 결제를 한 후에 “감사합니다.” 를 말하거나,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잘 먹었습니다”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말 한마디를 통해서 대화의 주체가 되는 이들은 서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감기약을 손에 쥐고 있는 학생에게 공감의 말을 건넨 만두집 사장님, 누군가가 보기에 사장님의 행동은 불필요한 참견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취를 하며 혼자 몸을 챙겨야 하는 나에게는 힘이 되는 대화였다.

칼부림이니, 구타라던가, 듣기만 해도 섬뜩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은 서로에게 인색해지는 ‘경계의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냉소적으로 변해 차디찬 ‘냉소’의 시대로 변하기 전, 우리 모두 서로에게 인색해지고 서로를 경계하기보다는 조금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타인에게 먼저 따스한 말이나 손길을 건넬 용기를 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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