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은 작품 속 찰나를 전달합니다. 책, 영화, 드라마 등 활자와 영상이 담아낸 장소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도 대한민국, 독재 정권을 세우려는 반란군과 이들을 막으려는 진압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12월 12일 밤, 반란군을 이끄는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자 합니다. 

대통령의 거부로 반란이 지체됐으나, 2공수여단이 육군본부와 국방부 습격에 성공합니다. 이미 반란군의 성공이 확실시된 상황, 진압군을 이끈 수도정비사령관 ‘이태신’은 부하의 만류에도 마지막 항전을 위해 광화문광장(이하 광장)에 들어섭니다.

투항하지 않으면 모두 사살하겠다는 태신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자, 승리감에 취해있던 반란군은 전의를 잃기 시작합니다. 두광은 태신에게 우리 쪽으로 넘어오라고 설득했지만 태신은 “대화는 사람끼리 하는 거야”라며 무시합니다. 결국 태신은 반란군 편에 넘어간 국방부 장관에 의해 직위를 해제당하고 부하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깁니다.

“제군들, 사령관으로서 너희에게 마지막 부탁 하나 하자,
절대 날 따라오지 마라.”

태신은 홀로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맨손으로 헤치며 나아갔으나 결국 체포됩니다. 두광에게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어”라는 말만 남긴 채 말입니다.

영화 속 두광과 태신의 숨 막히는 대치가 있었던 광장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태신의 모티브가 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부하의 설득에 광장으로 나가지 않아 대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드넓은 광장에 서보면 한때 독재 정권에 저항했던 진압군의 흔적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은 ‘서울의 봄’을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지만 신군부의 반란을 막지 못한 태신의 허망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난 5일 기자가 방문한 광장에는 여전히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존재했습니다. 경찰과 바리케이드가 이들을 통제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의 대치 상황을 연상시킵니다. 광장을 방문해 ‘봄’을 되찾고자 노력했던, 그리고 현재에도 자신들의 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의지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박소연 기자 
muminsy0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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