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동쪽에 있는 배봉산에는 배봉산 근린공원 숲속도서관(이하 배봉산도서관)이 있다. 배봉산 근린공원은 배봉산도서관과 둘레길 조성을 통해 자연과 인간, 숲과 공원, 책과 놀이 시설을 연결한 힐링·문화복합공간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20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공공건축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숲속도서관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공원 이용률을 활성화한다. 자연과 사람을 융화시키는 숲속도서관을 방문해 봤다.
 

▲ 한내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책을 고르고 있는 이용객
▲ 한내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책을 고르고 있는 이용객

자연과 책이 공존하는 숲속도서관

배봉산도서관은 입구에 카페와 어린이 독서 공간을 조성했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열람실 안에서 책을 읽고, 함께 방문한 부모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일반열람실에 들어가자 넓은 유리창을 통해 배봉산 산책로의 전경이 보였다. 

도서관 중앙에 높은 책장을 정렬하기보다 낮은 책장을 놓아 숲을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했다. 창을 향해 배치된 의자와 책상 덕분에 이용객들은 자연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자는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봤다. 열린 창문으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와 선선한 바람, 천장에서 내려오는 따스한 햇볕을 통해 숲속도서관을 둘러싼 자연을 느낄 수 있었다.

한내 지혜의 숲 한내도서관(이하 한내도서관)은 서울특별시 노원구 한내근린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한내도서관은 지난 2017년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했다. 낡은 수경시설이 있던 한내근린공원에 도서관을 설립함으로써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공원을 활성화한 공로 덕분이다. 한내도서관의 외관은 여러 건물이 한데 모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나뉜 듯 보였던 건물이 사실은 하나의 건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로같이 울창한 숲과 나무처럼 하나의 건물은 벽을 통해 여러 갈래 공간으로 나뉜다. 책장, 열람실, 카페가 문이 아닌 벽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돼 있다. 벽과 벽이 맞닿은 중앙에는 중정*과 같이 탁 트인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서관 안으로 자연채광이 들어온다. 천장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서도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새와 움직이는 구름을 목격할 수 있다. 

한내도서관에서 친구와 함께 공부하던 김예온(16) 양은 “스터디카페는 벽과 가림막이 많아 답답하고 꽉 막힌 느낌이 들지만 한내도서관은 시야가 트여있고 자연과 어우러진 것 같아서 좋아요”라며 “집과 가깝고 분위기가 편안해서 자주 이용해요”라고 말했다.

한내도서관은 약 3만 권의 도서를 수용할 수 있는 책장이 마련돼 있으며 배봉산도서관 역시 1만 6833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배봉산도서관의 어린이 열람실에서 동화책을 읽던 정규현(9) 군은 “여기에 처음 와봤는데 동물 책이랑 다양한 책들이 많아서 재미있어요”라며 “친구들과 함께 책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숲속도서관을 통해 풍부한 문화를 향유하며, 그곳에서 느끼는 자연을 통해 심적 안정감을 얻는다. 정적인 도서관과 달리 숲속도서관은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 배봉산이 한눈에 보이는 창문. 낮은 책장 덕분에 멀리서도 창밖을 볼 수 있다.
▲ 배봉산이 한눈에 보이는 창문. 낮은 책장 덕분에 멀리서도 창밖을 볼 수 있다.

‘숲’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만나고

배봉산도서관과 한내도서관은 ‘숲’이라는 명칭과는 이질적이게도 도로와 가까운 공원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 환경과 교육시설을 연구하는 우리대학 건축학부 이선영 교수는 “숲속도서관이 숲의 깊숙한 중심부가 아닌 입구에 설치된 것은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치안 문제와 접근성의 이유도 있지만 도서관을 숲 외곽에 지음으로써 도서관까지 가는 길과 부지를 위한 벌목을 최소화한 것이다. 

숲속도서관이 대부분 작은도서관으로 지어지는 이유도 상통한다. 지난 1월 발표된 서울시 「2024년 도심 속 힐링 복합공간 공원 내 책 쉼터 조성 추진계획」에 따르면 숲속도서관은 건물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훼손을 지양하도록 지어져야 한다. 또한 숲속도서관을 건축할 때에는 노후화된 화장실, 창고, 사무실 등 기존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해 지어 추가적인 환경 파괴를 방지하도록 권고한다.

자연을 보전해서 지어진 숲속도서관은 인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환경교육학회의 「자연소리 청취가 초등학생의 환경 태도 및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물소리나 풀벌레 소리 등 자연소리를 듣고 성장하면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가지는 환경 태도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움’을 인지하도록 돕는다”며 “아이들이 숲속도서관을 찾아 도시의 아스팔트가 아닌 자연의 숲과 소리를 경험하면 정서적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저서 『학교·장소·기억』에서 진행한 ‘어른들의 기억의 장소로서의 학교’ 실험을 예시로 들며 “어린 시절 자연적 요인이 풍부한 장소에서 성장한 사람은 장소를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아스팔트와 놀이터 등의 인공구조물보다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공간을 기억하는 지각력이 더욱 뛰어나다는 것이다.
 

▲ 배봉산도서관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 배봉산도서관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도서관’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

배봉산도서관과 한내도서관 안에는 카페가 있어 적당한 소음과 함께 책상과 창가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도서 보존에 집중해 음료 섭취가 불가한 다른 도서관과 달리 숲속도서관은 이용객의 자유와 만족도에 초점을 맞췄다. 열람실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노랫소리도 타 도서관과 대비되는 특징이다. 

배봉산도서관 박상용(46) 관장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숲속도서관은 책, 음악, 커피가 있는 매력적인 도서관”이라고 배봉산도서관을 소개했다. 배봉산도서관은 외부 소음에 취약하고 카페가 일반열람실 바로 옆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실내 소음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숲속힐링음악시간’을 만들었다. 

격월로 평일과 주말마다 도서관에 음악을 틀어 이용객들이 음악을 향유하고 도서관을 쉼과 안식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일반도서관이 정적이고 조용한 학습의 공간이었다면 숲속도서관은 활동적이고 편안한 성격을 띤다. 공간의 분위기가 자유로워지며 숲속도서관은 단순히 학술과 독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의 공간이 됐다. 숲속도서관이 지역 주민 간 소통 활성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배봉산도서관에는 꿈자람 공동육아방이, 한내도서관 안에는 어린이센터가 함께 있다. 한내도서관 내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두선(62) 씨는 “아이들이 한내도서관을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방문하니 책을 가까이하는 등 교육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선영 교수는 “도서관이 부모들의 육아를 돕는 공간이 됐다”며 “평소라면 접점이 없었을 부모들이 도서관에서 친해지는 아이들을 매개로 대화하고 함께 육아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부모도 잠시 독서를 즐기며 휴식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숲속도서관 밖에는 놀이터와 공원 시설이 있어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 수 있고, 북페스티벌 등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통해 가정과 가정이 친밀해질 수 있다. 

도서관 방문객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지역성, 공동의 유대가 결합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우리대학에서 배봉산도서관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정문에서 출발해 대로를 따라 20분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한내도서관까지는 회기역에서 1호선을 통해 석계역에서 내린 후 1132번 버스를 타면 30분 만에 도착한다. 탐독을 위한 조용하고 정적인 도서관도 분명 필요하지만 숲속도서관의 가치는 단순히 지식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의 푸르름을 느끼고 싶을 때, 혹은 안락한 공간에서 여유롭게 독서를 즐기고 싶을 때는 숲속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밝은 햇빛 아래에서 읽는 책은 인공적인 형광등 아래서 읽을 때와는 분명 다른 경험을 선물할 것이다.

*중정: 집 안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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