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투자하지 않는 기업에 누가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1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를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이하 민생토론회)에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전석재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어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이하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주주환원 미흡과 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상법을 바꿔 거버넌스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주식을 상속할 때 대주주가 부담하는 과도한 상속세와 할증세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법과 상속세를 개편하겠다고 답했다. 

디스카운트 문제 해결은 국가적 과업으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7일 금융발전심의회 전체회의에서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디스카운트의 실질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스카운트 주요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과 수익성

디스카운트는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한국 주식시장의 난제다.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 태평양 국가의 69%에 불과했다. 주당 순자산가치(BPS)**가 비슷한 외국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의 주가가 낮게 측정된다는 뜻이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김용준 교수는 “디스카운트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최소한 현재 가치만큼의 자본도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자본 배분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의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가의 큰 변동이 없는 한국의 주식시장을 박스 안에 갇힌 모습으로 비유한 신조어 ‘박스피’도 등장했다. 7년째 주식투자를 해온 김수민(24) 씨는 “박스피라는 단어처럼 한국 기업 주식은 장기 투자를 해도 큰 이익이 안 난다고 생각한다”며 “장기간 투자했을 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해외주식을 선호하는 편이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5월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에서는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을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과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으로 본다. 주주환원이 미흡하면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해 얻을 수 있는 주주가치의 제고 가능성이 낮아진다. 
 

▲ 자사주 매입 규모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에 배당성향을 더한 값. 순이익 중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의 비율을 뜻한다.
▲ 자사주 매입 규모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에 배당성향을 더한 값. 순이익 중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의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6월 KB증권이 발표한 「미국시장 특징과 장기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10년간 국가별 총주주환원율의 평균은 △미국 92%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68% △이머징 국가*** 37% △중국 32% △한국 29%다. 주주환원정책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는 배당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주주환원율이 낮아 기업 주식을 매수해도 투자자가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이 적다.

타 국가 기업에 비해 낮게 측정되는 한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원인이다. ROE는 이익을 자본으로 나눠,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투자 지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자본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회사 유보금으로 축적되면 분모가 커져 ROE가 낮아진다. 
 

▲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창출하는 당기순이익이 높다는 뜻이다.
▲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창출하는 당기순이익이 높다는 뜻이다.

지난해 미국 금융 기업 블룸버그가 발표한 「주요국 ROE·배당성향」에 따르면 ROE는 한국은 5.2배로, △미국 17.7배 △영국 15.9배 △중국 9.8배 △일본 8.6배에 비해 낮은 수치다. 투자자는 ROE로 기업 재무를 분석해 투자를 결정한다. 낮은 ROE 수치가 디스카운트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표상

국내 기업 주식의 주주환원이 미흡하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범은 기업의 지배구조에 있다. 우리대학 경영학부 강형철 교수는 “혈연이나 혼인 등으로 이뤄진 지배주주 구성, 계열사 간 다양한 내부거래, 기업집단의 형성, 피라미드식 출자구조 등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된 기업은, 지배주주 가족이라면 적은 지분만으로 우호 지분을 활용해 통제권을 확보하기 쉬워진다. 일명 ‘지배-소유의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익이 불일치할 때 지배주주 중심의 기업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강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상법을 개정하며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으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적 방안과 더불어 기업 내부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소액주주는 장기적 이익을 얻기 어렵다. 소액주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상법』 제382조의 3항에서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했다. 

그러나 기업 내부에서 이사회에 들어온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와 전문경영인조차 이해관계에 따라 지배주주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지배주주의 의견을 따르는 이사회는 소액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가 아닌 ‘모든 주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문 주식투자자 박영옥은 저서 『주주 권리가 없는 나라』에서 “회사가 투자자들을 동반자로 생각하며 함께 함께 성장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의 가치가 주주의 가치로 귀결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책임이자 의무”라고 역설했다.

디스카운트 해결하고 기업 가치 높이려면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는 디스카운트 해소 및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상장기업에게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제시와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 부여를, 투자자에게는 투자 지표 비교공표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김용준 교수는 “해당 방안은 디스카운트 현상에 경각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제고하기엔 어렵다”며 “PBR이 1을 달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경고를 내렸던 일본과 비교했을 때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구속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제 혜택 지원 등의 인센티브만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표명했다.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선진국 지수’ 편입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방법이다. 미국 금융지수 정보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발표하는 MSCI 지수는 국제금융 펀드 투자의 기준이 되는 최초의 국제 벤치마크이자 가장 대표적 지표다. 

MSCI 시장은 등급에 따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2008년부터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라갔으나 현재까지도 신흥국 지수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2022년 MSCI의 시장 재분류 검토에 따르면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포함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자유화 △정보 흐름 △증권 이동성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강형철 교수는 “폐쇄적 주식시장은 자본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국내 자본만으로 기업이 투자를 실행한다면 성장 및 수익성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단순한 국내 기업 평가 절하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발표된 직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상승했지만 국내 투자자에게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김 교수는 “이미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과 기피 성향이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디스카운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5월 개최되는 2차 공동세미나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기업 증시 도약도 중요하지만 디스카운트의 정확한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떠올랐다. 강 교수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위탁받은 기업 내부자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원칙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실질적 PBR와 ROE를 높이는 등 투자자들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것
**BPS: 기업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수치
***이머징 국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전혜원 기자 
plohw06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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