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필자는 총 3권으로 출판한 “우로보로스 사유와 서양문명 비판”의 제1권 『선악과와 처녀잉태』에서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여성을 죽음으로 보는 사유, 제2권 『메두사와 팜므 파탈』에서 니체와 프로이트와 융 등을 통해 19세기 말의 회화와 문학작품을 점검하고, 제3권 『전쟁과 평화, 사랑과 죽음』에서는 사랑의 질병으로서의 전쟁을 논하는 가운데 여성을 죽음과 전쟁의 화신으로 보았던 서양의 지적 전통에 대한 점검을 특별히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서 진행했다. 

1권을 표어식으로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선악과는 인류가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별의 좋은 과실이었고, 예수님을 포함해 우리 모두는 성령으로 잉태돼 처녀이신 어머님에게서 출생했다는 것이다. 

2권은 1권과 3권에서 출몰했던 선악과와 뱀, 처녀와 창녀, 전쟁과 죽음과 평화 등의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존재와 삶, 지혜의 여성 자체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고 있어 1권과 3권에 이론적이고 역사적인 뼈대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3권은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과 죽음이 교차배어(交差配語, chiasmus)식으로 형성했던 인류의 우로보로스 사유가 핵전쟁의 소멸의 시학 앞에서 그 형성력을 잃어버려, 인류는 세기말을 거쳐 유대인 대학살, 베트남전쟁, 그리고 핵이라는 미증유의 현상을 목도하면서 안티 우로보로스의 암울한 세대를 살게 됐다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삶과 죽음의 여성, 그리고 이것을 우주적으로 체현하고 있는 달과 이와 연관된 우로보로스 상징인 뱀, 그리고 이것들이 표상하고 있는 시간과 죽음은 지나간 3-4천년 서양의 상상력을 석권해왔고, 삶에서 죽음이 기인하는 현상에 대한 관찰과 죽음에 대한 인류의 알아차림은 윤회와 영생, 그리고 부활에 대한 사유를 형성해왔다. 

총 3권을 관통하고 있는 필자의 원래 주제는 생사의 우로보로스(원래는 우로보로스 오피스(uroboros ophis), 즉 꼬리를 먹는 뱀이라는 뜻인데, 뒤의 명사 뱀(ophis)을 생략해 형용사 우로보로스가 그대로 명사 역할을 하여 굳어진 용어로서 시간의 순환영원성과 우주의 완전함을 표상함)를 삶과 죽음을 동시에 체현하고 있는 여성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었다. 인구에 회자되는 변증법은 물론이지만 심지어 동일성과 차이와 모순, 즉 같음과 다름에 관한 온갖 입론들은 필자에게 우로보로스라는 표상을 정초하게 했고, 이로부터 나아가 필자는 시대를 달리해 세기말과 유대인학살과 베트남전쟁을 염두에 두며 안티-우로보로스와 탈(脫)우로보로스를 추찰해낸다. 

특별히 1권에 대해서 설명해보자. 제1권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은 유대-기독교 문화권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알려진 하와-이브가 원래 그들의 어원학적 의미이자 존재근거인 생명을 잃어버리고 어떻게 죽음의 화신으로 자리매김 되는지를 추적한다. 아울러 선악과와 뱀과 여성의 연관성을 논의한다. 

제2장은 제1장에서 논의된 뱀과 생명 간의 관계를 수메르-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유대-기독교 문화권 등 서양의 고대 문명권의 신화에서 확인하는 작업이며, 제3장은 불사와 영원을 상징했던 여신의 퇴조가 신과 인간, 천국과 지옥, 저승과 이승을 구별하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여성을 성처녀와 창녀로 구별했던 젠더 혹은 음양의 이분법적 방식과 맞물려 진행됐던 과정을 동서양의 성경 텍스트들에 대한 문헌비평과 계보학적 고찰을 통해 추적하고 있다. 

이러한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1권은, 여성과 삶, 죽음이라는 주제를 매개로 해 3권에서 진행되는 우로보로스와 탈우로보로스라는 무게로부터 조금 자유로울 수 있어, 신화와 민담과 역사, 문학작품과 회화 등 대중적인 소재들에 대한 분석을 또한 행한 바 교양서로 또 학부생들이 조금은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전공도서로 읽혀지게 돼 우리학교에서 아직 개설되지 않는 “종교학 입문”이라는 수업의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환기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제목| 『선악과와 처녀잉태』
저자| 권석우
출판| 청송재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909 권577ㅅ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