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 오펜하이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을 주도한 이론 물리학자다. 원자폭탄이라는 양날의 검을 인류에게 선사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고도 불린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 발명 전후로 오펜하이머가 마주했던 대의와 희생 사이 여러 선택지를 통해 전쟁은 모든 면에서 비인간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942년 오펜하이머는 미국 정부가 제안한 맨해튼 계획의 총책임자 자리를 수락한다. 그의 주도 아래 수많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진행됐다.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한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이끌어낸다. 

영화는 원자폭탄 투하 후 오펜하이머의 감정선을 치열하게 묘사한다. 그가 트루먼 대통령에게 “각하, 제 손에 피가 묻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그가 느낀 죄책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죄책감은 오펜하이머가 타버린 시체를 밟고 원자폭탄 피해자들의 피부가 벗겨지는 환각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영화는 당시 구소련과 미국의 대립 구도, 사회의 이데올로기 갈등을 나타내며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는 ‘원자폭탄’이 아닌 ‘이념 갈등’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원자폭탄은 이념 갈등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정치인들의 물리적 도구에 불과했으며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낳았다. 맨해튼 계획 성공 이후 오펜하이머는 공산주의자로 몰리며 반공산주의의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이는 원자폭탄의 창시자마저도 꺾어버리는 이념의 위력을 실감토록 한다.

물리학은 물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자연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우주의 원리에 기대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발명한다는 사실은 허탈함을 안겨준다. <오펜하이머>를 보며 인류가 우주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프로메테우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천상의 불을 가져다주고 지식과 문명을 전해준 티탄족.


<오펜하이머>를 보려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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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은 수습기자 
cge091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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