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몰랐day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념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구는 인간의 터전이자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인간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주민들을 잊은 듯하다. 지난 2022년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 현황」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총 267종이다. 그중 식물은 88종, 조류는 63종에 달한다. 생명체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일부 종만 사라져도 생태계 시스템이 무너져 결국 인간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국제연합(UN)은 2013년 제68회 UN총회에서 세계 야생 생태계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채택 40주년을 기념하고자 CITES 협약이 채택됐던 3월 3일을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로 선언했다. CITES 사무총장 존 스캔론은 UN총회에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은 아름답고 다양한 야생생물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보전이 인간과 지구에 주는 혜택을 인식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UN은 매년 3월 3일 세계 야생동식물에 관한 세미나 및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 자작마루에서 기자와 GAIA 부원들이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고 있다.
▲ 자작마루에서 기자와 GAIA 부원들이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고 있다.

기자는 우리 주변에 있는 야생조류를 찾아보며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기념하기로 했다. 우리대학 야생조류연구회 GAIA와 함께 일일 캠퍼스 탐조를 진행했다. 탐조는 조류와 자연환경을 해하지 않고 야생조류를 관찰하는 활동이다. 기자는 GAIA 부원들을 따라 쌍안경과 카메라를 들고 학생회관 앞 자주터, 배봉관, 건설공학관, 자작마루, 배봉산 산책로까지 총 다섯 장소에서 새를 찾아보고 관찰했다.

탐조를 통해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다양한 야생조류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류들은 작고 빨라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쌍안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니 종마다 소리와 생김새에 차이가 있었다. 기자와 GAIA 부원들은 캠퍼스 내부와 배봉산 초입에서만 14종의 새를 발견했다. 참새, 까치 등 친숙한 새부터 밀화부리, 방울새와 같이 잘 모르고 있던 새까지 다양한 조류를 나무와 덤불, 상공에서 볼 수 있었다.
 

▲ 직접 카메라로 찍은 까치. 날개와 꼬리의 푸른색이 특징이다.
▲ 직접 카메라로 찍은 까치. 날개와 꼬리의 푸른색이 특징이다.

건설공학관 건물에서는 유리창에 새가 세게 부딪혀 생긴 ‘조류 충돌 흔적’을 발견했다. 인간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 야생동물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되고 있었다. 조류 충돌과 같은 안타까운 야생동물 사고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결법을 알아봤다. 방법은 간단했다. 일정한 패턴이 새겨진 스티커나 조류 충돌 방지 필름을 유리창에 붙이면 새들이 유리창을 인지하고 피할 수 있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처음 체험한 탐조는 기자에게 야생생물의 존재를 생생히 각인시켰다. 귀 기울여 듣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빛나는 생명들이다. 인간과 야생생물의 공존은 이처럼 서로를 향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아름다운 생명들은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옆에 있음을 인지하고 그들과 우리의 연결고리를 떠올려 보는 것, 그것이 인간과 야생생물 간 공존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이채민 수습기자 
coals0112@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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