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곽동훈 동문(국문 98)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EBSi에서 고등 국어 강의를 진행하는 세화고등학교의 곽동훈 동문을 인터뷰했다. 
대학생 시절의 재미난 추억부터 교사의 꿈을 꾸게 된 계기, 아이들을 사랑하게 된 과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개학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새학기는 항상 정신이 없다. 더군다나 올해 1학년 담임이자 부장이 됐다. 1학년은 입학 후 각종 자료 수합이나 조사 자료가 많은데 다른 업무까지 확인해야 하는 자리를 맡고 있어 더 정신이 없다. EBSi에서는 수능 연계 교재인 수능특강 강의를 병행하고 있는데 관련 수업 준비도 해야 해서 요새는 3~4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언제부터 국어를 좋아했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께서 주로 책을 선물로 주셔서 책은 선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계획에 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 중학교 때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을 읽었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춘기 소년이 폼 잡기에 적절한 문학작품을 골랐던 것 같다. 그쯤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할 때, 가, 나, 다, 라 군 모두 국어국문학과를 지원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글을 엄청 잘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국문과를 와서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학과 공부는 재미있었다. 원래 좋아하던 문학은 물론이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문법 분야도 좋아하게 됐다. 

어떻게 교사의 꿈을 꾸게 됐나
대학교를 다닐 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과외와 학원 보조 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생겨 학원에서 강의를 맡게 됐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내 흥미와 적성에 모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의 이해하는 표정을 보면 성취감을 느꼈다. 아이들이 믿고 따라줄 때면 책임감도 솟아올랐다. 그렇게 교사라는 직업에 희망을 갖게 됐다.

대학 시절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대학 시절 매 순간이 즐거웠다. 1학년 때는 제퍼나이어라는 동아리에서 밴드를 했고 학과 학생회와 소모임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생일인 사람을 배봉탕에 빠뜨리는 학과 풍습도 있었다. 내 생일 때 동기들이 나를 빠뜨리고, 나를 빠뜨리던 동기들도 선배들에게 밀려 그곳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바닥이 뻘밭이고 좀 더러웠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교사가 되기까지 걸어오신 길은 어땠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학원 강사로서 처음 아이들을 가르쳤다. 본격적으로 교사를 꿈꾼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기에 교직이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마 일찍 알았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학점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당시 교직이수는 과에서 1명 정도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학원에서 강의를 했다. 하지만 학원 강의보다는 공교육 분야에서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학원 강의를 시작하고 1년 뒤부터 교육대학원을 병행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

2015년도부터 EBSi에서 강의를 해왔다. 이곳에 몸담게 된 계기는 
원래 욕심이 좀 많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다. 교사 생활을 시작하고서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쉬운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EBSi 강사 공개 채용에 응시했다. 한번 떨어지긴 했지만 결국 재수에 성공해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사립학교 교사와 공교육 플랫폼 강사를 병행하며 지키고 있는 신조가 있다면
사실은 엄청 힘들다. 정말 말 그대로 1인 2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바쁠 때는 버틴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신조는 따로 없지만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서부터 “나중에 내 아이가 지금의 나를 보고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갖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은 어떻게 다른가
특별한 차이는 없다. 다르면 안 될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단지 EBSi 쪽은 방송에 맞게 원고를 제작하고, 방송에 나가는 것을 고려해 수업 구성을 해야 한다. 다만 학교에서는 방송 불가한 표현을 종종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남고에서 근무하다 보니 학교 수업 방식에서는 EBSi에서 보이는 부드러움보다는 거친 느낌이 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가르침이 있다면
교과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지도하고 있다. 특히 잘못을 했을 때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자존감이 높은 사람임을 알려주면서 말이다. 

EBSi에서 수능특강 문학 파트를 맡았다.
어떤 책임감으로 임하고 계신가

수능특강은 아무래도 수능 연계 교재이다 보니 작품 분석에 오류가 있지는 않을까, 문제 풀이를 하면서 부족한 설명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아이들이 문학을 점수를 올리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예술의 한 분야임을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 안에 우리의 생각과 아름다운 정서를 키워주는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며 수업을 한다.

인문학이 경시받는 현 시대, 선배님께 국어와 문학은 어떤 의미인가
김현 선생님이 말씀하신 ‘쓸모없음의 역설’에 공감한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세상의 모든 것은 유용성을 추구하며 그것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유용성이 인간을 억압하게 됐고 결국 인간은 그의 노예로 살아간다. 삶에 반드시 필요한 것만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유용하지 않은 것을 꿈꿀 수 있는 존재이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문학은 노예가 돼있는 우리를 처절하게 고발하고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인공지능이 다양한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세상이 온대도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고 성찰하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문학이 우리 삶에 더 깊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학업이나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아이가 자신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돼 미래를 꿈꾸게 되었을 때다. 학교에 있으면 매년 200명 정도의 아이들을 만난다.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삶을 향해 가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그런 보람의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꼭 한 순간을 꼽아보자면 학업이 부진하고 학교생활을 힘들어했던 아이가 졸업할 때 큰절을 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엄청 당황하면서 맞절을 했는데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짝 울컥했다.

우리대학에도 선배님의 강의를 듣고 입학한 학생이 있을 것이다.
EBSi를 통해 가르침을 받고 진학했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진짜 그런 친구가 있다면 좀 부끄럽기도 하지만 고마울 뿐이다. “부족한 강의를 듣고도 대학에 잘 진학한 여러분의 능력에 스스로 칭찬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생활을 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나는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후회가 전혀 없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고민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지금의 만족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 진로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해도 학업을 중심에 두고 있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러분이 지금 해내고 있는 활동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때 밑바탕이 될 것이다. 밑바탕이 넓고 깊을수록 더욱 여러분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많이 움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누군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은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 고민 없이 대학교 1학년 때라고 대답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생활을 똑같이 해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만큼 나에게 그 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추억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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