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은 역사와 전통의 도시다. 도심 곳곳에는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과 현대식 빌딩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꽤나 진보적이다. 얼마 전 열린 뉴욕 주지사와의 공개토론회에서 힐러리는 보스턴 출신의 ‘존 케리’ 후보에 대한 보스턴 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의료보험, 실업문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을 지적하며 “보스턴의 아들이 다시 미국을 돌려놓게 하자”고 말하자 보스턴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요즘 보스턴 시민들에게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오는 5월부터 매사추세츠 전역에서 합법화되는 ‘동성결혼(gay marriage)’이다. 동성결혼은 미국 전역에서 한창 이슈화 됐던 문제인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동성애자 간에 결혼이 가능하고, 하와이와 뉴욕 등의 주에서는 이들에게 몇 가지 권리를 인정해준 상태다.

반면에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한 많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다. 종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결혼은 남자와 여자라는 서로 다른 성끼리의 결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성결혼은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동성결혼이 매사추세츠에서 이슈로 부각된 시점은 두 명의 여성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주 당국에 신청한 결혼 신고서를 발급받지 못한 때부터다. 이들은 동성간의 결혼 금지가 그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매사추세츠 주를 고소했다.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 주었는데, 모든 개인은 성별, 인종 등의 이유로 차별 받지 말아야 한다는 법 조항에 의거한 것이었다. 동성애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동성결혼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의 권리로 비춰진다. 가령 세금 혜택이나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권리, 건강 보험 등은 결혼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하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동성결혼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도시 보스턴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들은 서로 상충하는 이념을 지녔어도 서로 헐뜯거나 분을 품지는 않는다. 이는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지금의 보스턴을 만들어냈다.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열린 눈과 귀로 타인을 존중한다면 보스턴과 같이 한층 건전한 시민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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