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사에서 뜬금없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거기 대학신문사죠? 그곳에서 혹시 출판부 일도 같이 합니까”라는 통화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문사와 출판부는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화를 받았다. 이번 일이 우리 대학 출판부의 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계기가 되었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에 가면 대학출판부가 출간한 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대학출판부가 출간하는 책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대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할 교양서적에서부터 대학수업에서 쓰이는 전공서적 및 교양교재, 철학, 역사, 과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대학 출판부는 어떠한가? 학생회관 지하에 있는 학교서점에 가면 우리대학 출판부가 만든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종류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우리대학 출판부는 교양국어, 교양영어 등의 수업 교재만 주로 출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양교재는 물론 여러 학문분야의 책을 경쟁적으로 출간하는 타 대학 출판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한 타 대학들은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화여대출판부 같은 경우는 여성만의 특색을 살려 여성학·아동관련 기획도서를 출간하고 있고, 한국외국어대 출판부 같은 경우는 외국어 입문서적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대학의 경쟁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그리고 대학의 연구 성과물을 출판하는 경우도 있다.

이화여대와 한국외국어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대학도 우리대학만의 특색을 살린 책을 출판한다면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대학은 도시과학분야에서 정상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대학 출판부가 도시과학분야의 책을 출판한다면 다른 어떤 출판사가 출판한 책보다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만든 책은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어 학교의 권위를 높여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대학출판부가 세계적인 권위의 대학출판부가 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대학의 이름을 걸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흥미롭게 접근하거나 학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출간을 해야 하지 않을까? 대형서점에서 우리대학출판부 이름이 새겨진 책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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