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별 취재 - 중국을 가다 (1)

중국에 흐르는 변화의 물결은 이미 도도한 강물이 되어 있었다. 상하이 와이탄 공원에서 강변 너머로 보이는 빌딩 숲을 바라보며 ‘중국, 중국인은 무섭다’는 말을 실감했다.

중국은 흥분 속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국제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기권 밖으로 솟구치는 션저우 4호는 ‘신중국’의 자부심이었고 중국인은 이 장면에 열광했다. 인민일보에서 2003년의 주제어로 선정했던 ‘발전’이란 단어는 중국의 오늘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발전’이란 단어가 현재 중국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이 섬유, 신발은 물론 백색가전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5년 내에 중국이 디지털가전, 철강 분야 등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정보통신, 조선, 자동차 등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품목들도 10년 내에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보고서는 10년 후에도 한국이 우위에 설 수 있는 제품은 반도체 밖에 없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 러시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2002년 외국인 직접투자는 527억 달러로 세계 1위이다.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 예상액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1,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에게 중국은 제1의 수출국이며 중국에게 한국은 제3의 교역국이다. 아직까지도 미제국의 침략을 막아냈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참전일을 국경일로 삼는 중국에서, 맥도날드, 스타벅스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는 중국 현실에 맞춘 사회주의,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경제 토대가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큰 틀에서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시장 경제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국가의 거시적인 조절 하에서 가격과 경쟁을 도입하여 생산과 소비를 조절하고, 공유제를 주로 하되 사영경제, 외자경제가 이를 보충하게 된다. 분배는 기본적으로 노동량에 따라 결정되며 효율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동시에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 구조로만 보자면 중국은 더 이상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최근 중국은,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규정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였던 공유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보충적 역할’로 규정했던 사영경제와 외자경제의 확대에 맞춰 비공유 재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현재 비공유 경제부문은 중국 경제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간·계층간 빈부 격차는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성장 제일주의의 중국에는 번영의 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빈부격차는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이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실업 문제도 큰 골칫덩이이다. 과거 ‘철밥통’을 약속했던 국유기업의 정리해고도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서부지역의 낙후성과 5배 이상 벌어지기 시작한 도·농 간의 소득 격차도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2000년 간쑤성 당창현의 1인당 GDP는 100달러도 채 안되지만 상하이의 1인당 GDP는 6,000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지 이제 2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중국은 ‘중화제국’을 완벽하게 재건했다. 중국인들은 마오쩌둥을 가장 존경하지만 그들이 지금 걷는 길은 마오쩌둥 사상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경제 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 이제 중국은 ‘흰 고양이’냐 ‘검은 고양이’냐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발전 속의 번영, 번영 속의 혼돈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는 오늘도 첨단과 원시가 동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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