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키워드 - 뇌

20세기에 들어 뇌 생리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 눈부신 연구 성과에 힘입어 뇌의 신비는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뇌는 인간의 모든 신체 부위 중 가장 덜 연구된 부분인 만큼 금세기에도 여전히 매우 흥미로운 탐구 영역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뇌는 신경 생리학, 심리학, 인지과학뿐만 아니라 윤리학 및 형이상학이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지점이기에 21세기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하다.

일례로 인간의 사망 기준을 뇌 기능의 정지로 삼을 것인가 심장 기능의 정지로 삼을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고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축적된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할 것이다. 뇌의 기능에는 대뇌반구의 기능 이외에 뇌간의 기능도 포함된다. 그런데 심장이식 수술에는 가능한 한 신선한 심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장 제공자의 죽음은 뇌사로 판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968년 8월 ‘세계 의사회 총회’에서 채택된 장기이식에 관한 시드니 선언에서는, ①심장 제공자에 대한 죽음의 판정은 뇌파 측정기상의 뇌파의 정지(뇌사)로 결정해야 하고, ②제공자의 죽음을 확인하는 데에는 2명 이상의 의사가 입회하여야 하며 뇌사의 결정에 참여한 의사는 이식수술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뇌파 측정만으로는 뇌간의 기능 정지를 판정할 수 없고, 뇌사 판정도 질병의 종류나 진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판정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전문 지식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으며, 최근 ‘뇌’를 키워드로 하는 책도 활발하게 출간되고 있다. 이 책들의 특징은 ‘1백 명의 백만장자에게서 찾아낸 부자가 되는 뇌의 비밀’이나 ‘뇌를 알면 인생이 바뀐다’, ‘뇌내혁명’ 등의 표제 아래 아동이나 주부 및 직장인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실용서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이다.

그 가운데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양서들을 주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두뇌의 비밀을 찾아서』(페터 뒤베케, 모티브북, 2002)는 데카르트부터 에클리스에 이르기까지 열두 명의 학자들이 물리학·화학·생리학 등 과학적 방법을 총동원해 인간의 정신과 의식, 사고와 감정의 경로 및 스스로를 인식하는 과정과, 현대의 뇌 관련 상식 다수를 밝혀낸 업적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브레인 스토리』 (수전 그린필드, 지호, 2003)는 뇌 과학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일상생활 속 뇌의 작용에 주목한다. 뇌를 이루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등에 대해 뇌수술을 받은 여러 환자의 사례와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뇌』(리처드 레스탁, 휘슬러, 2004)에서는 뇌 과학 연구의 주역 중 하나인 리처드 레스탁 교수가 뇌에 대해서 밝혀진 모든 사실들을 매우 쉽고 간결한 글로 풀어놓았다. 덧붙여 뇌 과학에 대한 연구가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 것이며, 기술과 윤리의 접점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도 전망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