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마을에 들어서면 우선 건물들에 눈길이 간다. 네모난 창문에 네모난 입구에 네모난 건물의 형태만 있는, 우리 주변의 박물관과 미술관과는 다르다. 계단 하나에까지 건축가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난다. 도자 공예 갤러리와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규원’의 건물 외관은, 동판을 인위적으로 부식시켜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자연스런 멋이 나게 했다. 건축물에서 중후한 세월을 느낄 수 있다.

어디 건축물 뿐 일까? 내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들은 소재부터 새롭다. 남미의 관악기 ‘깨나’, 나무로 만든 리듬악기 ‘파치카’ 등 전세계 곳곳의 진귀한 악기들이 있는 ‘세계민속악기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헤이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문화 행사이다. 세계민속악기 박물관에서 하는 무료 악기 강좌나 ‘예민의 작은 음악회’는 박물관이 유쾌한 교육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CV 포슬린 하우스’에서는 커피잔, 접시 등 백자 위에 그림을 그리는 포슬린 페인팅 강좌가 있다. 자기만의 그림을 담은 백자, 그리고 그 안에 담아 마시는 여러 나라의 차. 주변에서 쉽게 찾아 배울 수 없었던 또, 생각조차 못했던 갖가지 문화 행사가 끊임없이 준비돼 있다.

예술은 예술인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헤이리 마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다양한 욕구와 관심을 만족 시킬 수 있는 공간. 일상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는 곳, 휴식만 취하러 가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