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이름 만큼이나 개성이 살아 숨쉬는 곳

ibidem’이란 라틴어로 ‘바로 같은 곳에(at the same place)’란 뜻이다. 건축가 김헌씨는 ‘그 장소가 갖게 될 미래의 다양한 시간과 사건 또, 이곳에서 벌어지는 혹은 벌어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어느덧 무연히 증발해버리는 대신 이 공간의 모든 구석에 남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한다.

그 공간에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작품 40여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은 건물의 건축주인 정중헌씨. 그는 전시공간에 작품만 걸어 놓고 관람만 하게 하는 일반적 방식에서 변화를 주었다. 그림 전시와 함께 음악회가 열리고 손님들과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복합적 공간을 헤이리에 만들었다.

전시 중인 작품 중에서 백남준 씨의 판화 작품이 눈에 띈다. 똑같이 생긴 물음표 두개를 더하면 그대로 물음표 두 개가 되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물음표 두개를 합하면 하트가 되는 것을 공식처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모범 해설은 없다. 게다가 제목도 없다. 작가의 처음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람자마다 작품에 다른 해석을 부여할 수 있는 자유를 주기위해 제목을 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각자가 나름대로 느끼고 싶은 것을 막지 않는 것이다.

담장이 없는 헤이리 마을이 보여주듯 예술과 일상, 작품과 관객과의 소통만이 음악처럼 전시 공간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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