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민수 교수가 3월 9일, 6년 반 만에 다시 정식강의를 시작했다. 그 6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는 많은 일이 있었다. 1998년, 김민수 교수는 서울대 교수 중 최초로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됐다.

그 후, 학생들에게 12개의 강의를 무학점으로 가르치면서 계속 자신의 재임용 탈락 과정이 잘못되었음을 세상에 알렸다. 얼마 전 김민수 교수가 재임용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고등법원 승소 판결을 받자 같은 대학 디자인학부 교수 14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민수 교수는 자신의 재임용 과정에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서울대 조형연구소 심포지엄에서 미대 원로 교수들의 친일 행각을 거론한 것이 재임용 탈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서울대 미대 교수들은, 김민수 교수의 논문에 대한 표절의혹과 진실왜곡으로 서울대 미대와 미대 교수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를 가지고 단체로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대학 교수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편을 갈라 싸우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대학교수의 연구 논문이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사실 또한 부끄러운 부분이다. 대학 내의 문제를 6년 동안이나 해결하지 못해 사법 기관으로 넘어가도록 방치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도 씁쓸했다.

김민수 교수도, 사의를 표명한 교수들도, 서울대학교도 모두가 나름대로 피해자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는 그 위상이 떨어졌고 사의를 표명한 교수들도 언론과 여론에게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명예가 실추됐다. 물론 김민수 교수의 피해가 크다. 서울대 교수로 복직하게 되었지만, 1998년부터 지금까지 6년 6개월 간의 외로운 싸움과 시간은 아무도 보상해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교수들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 바로 학생들이다. 그들은 천막농성과 갖갖은 싸움으로 인해 교육 환경을 침해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고생은 더 컸을 것이라 예상된다. 6년의 지리한 싸움을 지켜보는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집단으로 사표를 내는 교수들을 보면서 그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이번 사건에 아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도 학생들이 피해자임을 보여준다. 학점을 인정해주지도 않는 강의를 6년 동안 꾸준히 들어온 학생들이 있다. 학점 관리에 신경 쓰고 취업 준비에 집중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디자인과 생활’이라는 무학점 강의는 학생 80여명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고 항상 커다란 박수와 함께 끝났다고 한다. 김민수 교수의 복직을 위해 서명운동도 펼쳤다.

그런데 이러한 학생들의 의견은 김민수 교수의 재임용 탈락과 복직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강의를 하는 교수와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의 의견과 법도 중요하지만, 수업을 듣고 학문을 배우는 학생들의 의견은 그 사이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