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2004년의 ‘욘사마 열풍’ 등으로 2005년에는 한·일관계가 더욱 돈독해져서 그야말로 ‘우정의 해’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최근 한·일관계는 악화되어 혼란 속에 있다.

최근에는 한·일관계를 보는 시각을 둘러싸고 우리사회가 분열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한·일관계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과연 일본사회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사실 우리끼리 논쟁하기 전에 일본의 반응과 그들의 시각을 아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를 위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삼일절 축사에서의 ‘사죄 및 배상’ 언급에 대한 일본 언론의 반응을 보자. 3월 1일 저녁의 각 방송국은 모두 노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보도했지만, 크게 다루거나 해설을 곁들인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신문이 노대통령 연설을 매우 비중있게 다루었는데, 4대 일간지가 모두 사설에서 이에 대해 논평하고 있다. 보수 계열의 요미우리신문과 산케이신문의 논조는 ‘왜 다시 새롭게 사죄인가?’하는 것이다. 두 신문은 똑같이 1995년 무라야마수상 담화에서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어떻게 더 사죄를 해야 하냐고 반문하고 있다.

‘배상’ 언급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조약을 바탕으로 일본정부가 오히려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아사히신문도 일본사회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자에 대하여 둔감한 것을 비판하면서도 노대통령의 연설은 매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노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부차원의 사죄를 했다고 하면서도 각료나 정치가들이 계속해서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결국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원인이라고 하면서, 양국이 앙금 없는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대로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고이즈미 수상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공식적인 언급은,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의 회담에서 양국은 미래지향적인 긴밀한 협력관계를 갖는데 동의하였다’라는 언급이 전부일 정도로 배상문제를 피해갔다. 이에 대해서는 불성실한 반응이라는 의견과 현재의 우호적인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냉정한 반응이었다는 의견으로 평가가 갈라지고 있다.

한·일관계를 보는 일본 사회의 시각을 이런 단편적인 몇 가지 의견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 사회가 한·일관계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리고 각각의 목소리가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논리는 상황을 자기위주로 편하게 해석하는 보수 신문의 논리인데,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하면 한·일관계에 대한 답도 쉽게 나오고 주장도 명확할 수 있다. ‘우린 할 바를 다했다.

잘못하고 있는 쪽은 한국이다.’ 한·일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신문일수록 답이 안 나오기에 안타까워하고 방법이 어렵기에 강한 주장을 못하는 경향이 있다. 혹시 우리 사회의 한·일관계에 대한 주장도 편한 답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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