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졸업식을 치렀다. 해마다 찾아오는 졸업식과 입학식. 학교 안은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빈다. 특히 졸업식 날 보면 졸업식 자체에 참석하는 것 못지않게 교정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중요한 행사처럼 치러진다.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진다.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꼭 사진을 찍고 싶은 배경이 되는 교내의 장소는 어디일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개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학교를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기억의 장소, 경험과 느낌이 쌓이고 다듬어진 핵심적 상징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학교 안으로 마음을 불러 모으는 ‘구심점’의 영역이 뚜렷하지 않은 것과 같다.

행사도 그렇다. 우리 학교에는 어떤 ‘신성성’의 무게를 지닌 의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꼭 그 자리를 지키고 싶고 참석하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의식이나 의례, 예컨대 형식과 내용이 정립되고 반복되어 하나의 ‘전통’으로 형성되는 특별한 시간을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몇 년 후면 우리 대학교가 개교한지 어느덧 90년을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에 어떤 전통의 힘이 쌓였는지 분명한 느낌이 오지 않는다. 전통이 축적되도록 그것을 만들어 가꾸고 받아들일, 그것을 생각하면 때로 전율할 만큼 마음의 구심점이 될 상징의 공간, 강한 감동적 경험의 공유시간을 어떻게 만들고 다듬어 온 것일까?

스스로의 상징과 전통을 애써 만들고 가꾸지 않는다면 작은 기억들은 흩어져 스러진다. 공동체는 표류할 것이다. 그냥 건물 크게 짓고 장비 사고 페인트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상징과 문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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