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건전한 부동산 경기만 활성화 하겠다”는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에 대하여 논란이 많다. 이 발언을 문제 삼는 측의 논지는 도대체 건전한 부동산 경기의 기준이 무엇이며,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불건전한 투기로 매도하여 특정 계층에 불이익을 주고자하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이와 같은 논란도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으로 인해 본질이 왜곡된 많은 현상 중의 하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택의 가치란 건축물이나 단지에만 국한하지 않고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기초적 기반시설뿐 아니라 서비스시설을 비롯하여 자연·문화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변여건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때 기반시설들은 대부분 공공의 투자에 의하여 만들어지며 그로 인한 효과는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야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인기 주거지역들의 태생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2호선과 테헤란로의 건설로 인한 강남이 그렇고, 경부고속도로 옆에 건설된 분당이 그러하며, 용산공원에 힘입어 엄청난 인기 속에 분양된 용산의 주상복합주택이 그렇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주거환경을 높여서 일부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이들 소수를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기반시설 투자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미 지불하였기 때문이다.

이로서 한정된 재원으로 단기간에 대량의 주택을 공급해야 했던 정부로서는 기반시설의 설치비에 대한 부담을 해소했지만 대신에 그에 비교할 수 없는 개발이익은 놓쳤다. 당시 상황으로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야겠지만 문제는 아직까지도 그와 같은 개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말하는 건전한 부동산 경기라고 하는 신도시·혁신도시·행정복합도시 등을 개발하기 위하여 정부는 여전히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 그러나 토지수용비와 기반시설비를 죄다 택지조성비에 포함시켜 회수하면 집값이 비싸지지 않을 수 없고, 주택은 자연히 자본시장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건전한 부동산 경기를 조성하려면 정부는 장래의 개발이익을 쥐고 양질의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해야 한다. 10년 정도 지난 후에 개발의 효과가 나타날 때 제값을 받고 처분하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지 않을 것이다. 작금의 부동산 경기를 두고 건전한 투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우리의 도시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해도 좋다.

도시가 건전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주택이 투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주거환경이 좋아도 환금성이 적은 주택을 허물어 투자수익이 좋은 대규모의 아파트로 개발하려는 부동산 투기에 도시를 내 맡긴다면 그 도시는 절대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없다. 선진국이 아니다. 정부는 소위 건전한 부동산 경기라고 정의한 부문에 대하여 민간의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공의 힘으로 추진하여 투기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택건설에서 시장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수요자가 택하는 기준이 수익성이 아니라 양호한 주택의 아름다운 도시는 투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및 주거환경이라면 개발업자는 그에 맞추어 주택을 공급해야 하므로 자연히 주거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도시 전체가 살기 좋게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건전한 부동산 시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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