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기석(세무 99) 선수를 만나

전에 어떤 선배는 복싱이 가장 도전적인 스포츠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사각의 링 위에서 오로지 자신의 주먹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스포츠가 복싱이다.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 김기석(세무 99)씨는 매우 소탈해 보이는 복싱선수였다. 그런 그가 전국체전 4번 우승에 시드니 올림픽 8강까지 진출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라이트플라이급(48㎏ 미만)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 체중 조절을 해야만 했던 김씨는 매우 말라있었다.

이번 아시안 게임을 끝으로 플라이급(48㎏이상 51㎏미만)으로 체급 변경을 함 김씨는 이미 라이트플라이급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선수이다. 아시안 게임이 끝나고 다음 전국체전을 준비중인 그는 아시안 게임보다 전국체전이 더 긴장된다고 한다. 전국체전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 4번이나 우승한 김씨 앞에는 복병도 위력을 발하지 못하고 무너져만 갔다.

중학교 때 복싱을 시작한 김씨는 복싱 시작 동기가 매우 담백하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여러 운동을 많이 했는데, 그 중 육상은 달리기만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태권도는 다리끼리 부딪히면 정강이가 너무 아파서 결국 복싱을 선택하게 되었다”라며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그에게 가장 큰 후견인은 부모님이다.

운동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며 경북체육중학교에 입학시켜 준 부모님은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 뒤에도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또한 고향 대구로 돌아온 그를 위해 마을 잔치를 아주 크게 벌였다고 한다. 잔치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 생각이 나는지 잠시 동안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현재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서울시청 복싱부의 황철순 감독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1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딴 경력이 있는 황 감독은 1976년도에 열렸던 몬트리올 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김씨와 마찬가지로 8강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에게 있어서 만큼은 자신을 위해 눈물도 많이 흘려주시는 아버지와 같은 감독선생님이라고 한다.

하지만 연습시간 중에는 말 걸기도 힘든 호랑이 선생님이라고 한다. 우리대학에 진학을 하고 황 감독을 만난 이후 기량이 급격히 성장하였다는 김씨는 황감독에게 아시안 게임 우승의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프로 전향의 계획이 없는 김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에 서울시청의 공무원으로 들어가겠다는 인생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처음 서울시청에 입단 할 당시 계약에 전국체전에서 3회 이상 우승하거나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한 이후에는 언제든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채용하겠다는 조항이 있어 진로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단 한가지 걱정은 체중 조절로 힘들어 수업에 빠진 경우가 많아서 졸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루에 물 한모금 제대로 못 마시며 운동을 하고 난 뒤 학교까지 오려면 정말 힘이 들어 지하철에서 쓰러질 뻔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적은 바닥일 수밖에 없어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인 김씨는 졸업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여주었다.

복싱을 통해 세계 무대로 한걸음 다가서고 있는 김씨가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 운동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라는 만고의 진리 그것이다. 노력의 결과는 꼭 자신에게 돌아오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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