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도정(道程) 속의 한의학 - 편견과 오해를 넘어

동양 의학 특히,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일차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폭에 기인한다고 여겨지며, 이차적으로는 양의학에 대한 불신의 고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한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대학에 들어가거나 좀더 소극적으로는 사석에서 한의학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들을 늘어놓는 풍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한의학에 대한 오해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한의학은 신비한 것, 그리고 케케묵은 골동품과 같은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먼저 한의학은 신비한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서 ‘신비한’이라는 말은 ‘비합리적인’, ‘비과학적인’ 또는 ‘비이성적인’ 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문제가 된다.

한의학이 양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한의학 또한 충분히 과학적이다. 인간의 신체를 자연의 축소판으로 보고 자연 현상의 원리를 신체에 적용하는 한의학은 자연 현상에 대한 인식이 엄밀하고 체계적인 만큼 인간 신체에 대한 설명 역시 엄밀하고 체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수천 년 간 임상적인 검증을 거친 것을 체계화한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실험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다 해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히 통계학적·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해진다. 한편, 한의학을 골동품으로 보는 것은 현재까지도 한의학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간과한 소치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 이론 - 음양오행론

이제 한의학의 기본 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한의학의 이론적인 핵심은 동양 자연철학의 핵심 즉, 음양오행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는 다시 음양론과 오행론으로 구분되는데, 음양론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서로 대립적인 측면을 지닌 것으로 파악한다.

하나는 활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陽), 다른 하나는 조용하고 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陰). 이 둘은 자연계에서 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자연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한의학 이론에 적용시키면, 우리 몸에서 음양의 조화가 깨져 음 또는 양에 치우칠 경우 그것을 질병의 상태로 규정한다. 이때 한의사는 균형 유지를 위해, 음적인 반응이 나올 경우 양적인 치료법를 사용하고 양적인 반응일 경우엔 음적인 치료법을 사용하게 된다.

오행론은 자연과 사물의 근본적 속성을 다섯 가지(木, 火, 土, 金, 水)로 분류, 그 다섯 가지 사물의 종류가 연쇄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파악하고 그 순환적인 변화에 대하여 논한 이론이다.

오행간은 서로 相生과 相克으로 관계 지워지는데, 상생이란 서로를 북돋아 주는 관계를 말하고 상극이란 서로 억제하고 견제하는 관계를 일컫는다.

이를 다시 한의학과 관련시켜 본다면, 화생토(火生土 : 화는 토를 잘 살도록 후원해 준다)의 관계에서 화가 심, 소장과 대응되고 토가 비, 위와 대응되므로, 심, 소장이 비, 위의 기능을 살리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한의학은 어느 한 장기의 치료에 집중하는 요소론적인 양의학과는 달리, 요소와 요소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계론의 특성을 띤다는 점이 드러난다.

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

이밖에 한의학의 일반적인 특성을 양의학과 비교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양의학이 분석적인데 비해 한의학은 종합적이며, 양의학이 물질적 조직의 탐사에 치중한다면 한의학은 생체 현상의 관찰에 온 힘을 기울인다. 둘째, 치료에 있어서 양의학은 국소 치료를, 한의학은 종합 치료를 한다. 이는 한의학이 경락을 통한 기의 흐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셋째, 양의학이 인공 치료 의술이라면 한의학은 자연 치료 의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몸이 스스로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한다. 넷째, 양의학은 두드러진 곳을 다스리는 치표 의학이요, 한의학은 근본을 다스리는 치본 의학이다.

다섯째, 양의학이 귀족 의술인데 반해 한의학은 평민 의술이다. 평민 의술이라는 말은 가정에서 누구나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극히 서민적이라는 뜻이다. 한의학에 미신과 전설 등 신비적인 요소가 뒤섞여 대중들의 오해를 사게 된 것은 한의학의 서민적 본질을 훼손시켜 물욕과 권력욕을 충족시키려는 일부 한의사들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어떠해야 할까. 무엇보다 피해야 할 태도는 양자 사이를 대립·우열의 관계로 놓고 보는 것이다. 만약 현대 양의학의 발달을 맹신하여 내버려두어도 나을 사소한 병을 독한 약으로 치료한다면 자칫 몸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대 의학의 장점을 높이 사는 동시에 그 단점을 한의학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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