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TV가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크게 교양·다큐, 책 소개, TV 강의 등의 형태로 나누어볼 수 있다. 교양·다큐의 경우 대표적인 것으로 <역사스페셜> (KBS1)을 꼽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역사적 정황 자료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여 보여줌으로써 책을 통해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신뢰감을 심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 소개의 경우 (KBS), <행복한 책읽기>(MBC), <느낌표>(MBC) 등의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된다. 와 <행복한 책읽기>의 경우는 전문가를 출연시켜 전문적인 책 내용을 해설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느낌표>의 경우 책 읽기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특정한 책을 미리 선정해 놓고 거리에 나가 일반인들에게 그 책을 읽었는가를 묻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느낌표>의 경우 진행자들의 재담과 우스꽝스런 행동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정작 필요한 책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지적당하고 있다.

TV 강의는 EBS가 출범하고 대입 수험생들을 위한 TV 강의가 이루어지면서 이를 모델로 정착된 형식으로 보여진다. TV 강의는 현재 문학, 과학, 음악, 철학 등의 다양한 주제를 대상으로 KBS와 EB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는 (KBS1), (KBS1), (EBS)를 들 수 있다. TV 강의는 여타의 다른 교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전문가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TV가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TV만큼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매체도 없거니와 TV가 만들어내는 파급효과도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TV는 자의식이 결여된 매체라는 점이다. TV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성찰의 기회를 갖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TV는 대중을 향해 욕망을 배설하는 매체일 뿐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TV가 자의식과 자아성찰을 요구하는 지식과 만날 때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경우가 많다. 책 소개 프로그램의 경우, 소개하는 책 내용에 대해 칭찬 일변도로만 나아간다든가, 소개하는 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나 동일한 주제에 대한 다른 시각을 소개하는 데에 인색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TV 강의의 경우는 비판적인 시각이나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좀 더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책 소개 프로그램보다는 형편이 낫다. 이는 TV 강의에 나온 강연자가 지식인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과 다양한 시각에 대해 근본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강연자 자신만의 논의를 설파한다든지, 강연자가 자신의 이론 체계와는 상반된 주장에 대해서 공격적인 언설을 늘어놓는 장면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혹은 지나치게 대중의 수준을 낮게 평가하여 재미와 흥미 유발의 차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전문지식과는 무관한 사변을 늘어놓거나 우스꽝스런 행동을 남발하는 장면은 소위 토크 쇼의 재담을 연상케 할 뿐이다.

지식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가 아니다. 때론 지식은 ‘남은 몰라줘도 나는 한다’이다. 그런데 TV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이고, ‘남이 몰라주면 결코 하지 않는다’이다. TV가 지식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되물어야 할 것은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대중에 이미 내재해 있는 지적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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