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_파일/ 아담 스미스, 「국부론」, 정해동 외 역(범우사, 1992)

지금부터 226년전 1776년에 출판된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s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은 지금까지 출판된 경제학서적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이란 독립된 학문을 탄생시켰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는 경제학이란 독립된 학문분야가 없었고, 윤리학, 법학과 함께 도덕철학이란 학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스미스 자신도 글라스고우대학의 도덕철학교수였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비로소 경제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연구의 대상이 되게 되었고 경제학만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9백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서 스미스는, 노동가치설, 분업의 중요성, 시장경제와 경쟁의 효율성, 독점과 정부규제의 폐해, 사유재산제도의 중요성 등 경제의 기본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기여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자유방임의 자본주의경제(사유재산제도에 기초한 시장경제)가 경제의 번영과 발전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명제를 최초로 명쾌한 논리와 풍부한 사례를 이용하여 설명하였다는 것이다.

16세기 이후 스미스가 살았던 당시 유럽에서 지배적인 경제사조는 중상주의였다. 중상주의자들은, 경제는 민간에게 그냥 맡겨 두는 것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입규제, 임금규제, 가격규제, 산업육성, 사업인허가 등의 각종 방법으로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이런 중상주의를 비판하여 스미스는 정부규제가 철폐된 자유방임의 경제를 주장하였다.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자유롭게 추구하도록 하라. 그리하면 자기의 노력의 성과를 향유할 수 있으므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게 되고 이런 개인의 노력은 시장가격기구를 통하여 전체의 선으로 화합됨으로써 상공업이 발전하여 국부가 저절로 증진될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시장가격기구를 활용하는 자본주의경제는 경제의 번영과 발전을 촉진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자본주의는, 빈부격차, 불황과 실업, 급작스러운 경제의 불안정화, 독과점화, 환경파괴, 등의 시장의 실패라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스미스의 『국부론』은 이중에서 자본주의의 장점은 아주 잘 설명하여 이 점에서는 그 이후 모든 책이 이를 넘지 못한다. 반면에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초기에 살았으며, 또한 유복한 브루조아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았기 때문에 이 책은 시장의 실패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는 중대한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이 책만큼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설명한 책은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경제학의 첫 번째 가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근식

(경제학부 교수,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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