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성인 독자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수학공포증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삶을 살아가는 데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수학을 왜 그토록 어렵게 공부해야만 할까 하는 데 모아진다. 최근에 그러한 생각에 일대 전환을 모색케 하는 수학 서적들이 속속들이 출판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좬수학의 유혹좭(강석진, 문학동네)은 소제목에서부터 독자의 시선을 붙잡아 맨다. 제 1장 ‘수학이 멋있는 이유’에서 저자는 영화 <다이하드3>에 나오는 흥미로운 수학 문제를 소개한다. 5갤런 짜리(A)와 3갤런 짜리(B) 물통을 가지고 정확히 4갤런의 물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먼저 A에 물을 가득 채운 후 그 물을 다시 B에 담는다.

그럼 A엔 2갤런의 물이 남는다. B에 가득 채워진 물을 비우고 거기에 A에 든 2갤런의 물을 붓는다. 이제 A에 다시 물을 가득 채우고 그것으로 이미 2갤런이 채워진 B의 나머지 부분을 채운다. 그럼 5갤런에서 1갤런이 빠져나갔을 테니 이제 A에 남은 물은 정확히 4갤런이다. 이쯤 되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싶어진다.

이외에도 ‘63빌딩의 높이는 어떻게 잴까?’, ‘자장면과 사다리 타기’, ‘1999년도 대종상 시상식’ 등의 소제목이 말해 주듯, 흥미를 자극하는 생활 속의 수학 문제들이 이 책에는 많이 소개되어 있다. 결국 저자는 서문에서도 밝혔듯, “사람들로 하여금 수학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을 강조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책들도 하나같이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취지를 드러내고 있다. 좬웃기는 수학이지 뭐야!좭(이광연, 경문사)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위대한 수학자와 관련된 일화 및 수학에 관한 유머를 재미있는 삽화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나, 총 5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수학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깊이 있는 천착과 독특한 접근 방식은 미약한 점이 흠이다.

한편, 좬삐에로 교수 배종수의 생명을 살리는 수학좭에서 저자 배종수는 우리 나라 아이들이 일찍부터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를 잘못된 교육방법에서 찾고 그 대안으로 ‘활동수학’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종래의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아이가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도록 생각의 힘을 길러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이와 유사한 많은 책들이 현재 자연과학 분야에서 베스트 셀러를 기록 중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평소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으로 여기던 분야에 대해 ‘알기 쉬운’ 이라는 딱지를 붙여 출판된 서적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판된 수학관련 서적들에는 이전의 것들과 다소간의 차이점이 있다. “수학은 추상화 단계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준다. 지금과 같이 거센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야말로 본질을 꿰뚫는 힘 즉, 수학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좬사고력을 키우는 수학책좭)는 오카베 츠네하루의 말이 시사하듯이, 최근의 서적들은 단순한 흥미부여의 차원을 넘어 일상생활에서의 수학의 필요성까지를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만 두고 볼 때 이러한 현상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상업적 이용이다. 바람직한 상업성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거니와, 내용의 질에 상관없이 시류에 편승해 오직 상업성만 노리는 책들이 문제가 된다. 현재의 활기찬 흐름으로 볼 때, 객관적인 검증을 받지 않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와 독자들을 혼란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독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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