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_파일/ 막달레나의 집 엮음,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 (삼인, 2002)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막달레나의 집 엮음, 삼인)의 필진 중 하나인 원미혜씨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는 매춘이 전공이예요.”
필자는 일순 당황했다. 그녀가 여성학을 전공했고 ‘성매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성매매 전문가라는 사실을 곧 알 수 있었지만 그 사실을 그렇게 도발적으로 드러내는 연구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공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주변인의 섣부른 호기심에 그녀의 대처는 항상 단호했고, 그 속에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 문제에 오면 그녀는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이러한 의문을 단번에 해소시킨 것이 위의 책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측면에서 흥미롭다. 언제나 사회문제로 혹은 선정적인 기사로만 접할 수 있었던 성매매의 문제가 연구자의 육성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현실을 심각한 척 부풀려 고발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잡으려 애쓴다든가, 확고한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계몽적 태도, 가장 올바르며 가장 명쾌하게 성매매에 대한 입장을 찾으려는 욕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연구자는 원고지 밖의 신처럼, 세상의 비밀을 다 파악한 존재가 아니라 헛갈리고 좌충우돌하는 일인칭 “나”로 드러내지고, 여기서 성매매는 “내”가 읽어내는 경험으로 이야기된다. 또한 필자들은 그 공간에서의 만남과 사유의 과정을 세밀하게 기술함으로써 독자들을 안내한다.

독자는 성매매 연구자들이 직면해야 했던(성판매 여성처럼 분장을 하고 들어가는) 과정을 따라 성매매 공간으로 들어가고, 그 곳 사람들과 경찰서에 연행되기까지 하는 해프닝 속에서 “대상화된” 문제가 아닌 “체온이 흐르고 살아있는” 성매매 현장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동시에 연구자와 연구 대상으로 위치지워질 수밖에 없는 관계에 대한 인간적이고 내밀한 고민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책은 논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피해자로서 성매매 여성을 규정해온 그간의 사회학적 담론에 대한 우회적인 문제 제기가 그것이다.

거대 담론의 대의명분 아래 묻히기 십상인 성매매 공간 여성들의 일상 속의 ‘인권’, 하찮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소소한 피해들, 이 모든 상황을 뚫고 존재하는 그들 내부의 건강한 생명력, 스스로가 진단하는 삶의 문제들 등등.. 이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규정할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이란 것이 이들에게는 ‘지금, 여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 모순적이며 역동적인 현실 자체를 인정하는 삶의 여성학을 지향하겠노라는 다섯 명의 젊은 여성주의자들은 논쟁보다 자기 성찰적인 모습으로 여덟 편의 다큐멘터리를 써내려 간다.

이러한 성찰은 “남성억압=여성피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일과 삶, 그리고 억압과 질곡을 겪어내는 당당한 주체”로서 여성을 그려낸다. 이는 여성 내부의 다양한 차이들을 볼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상호 “이해”라는 것을 토대로 다양한 소통구조를 만들어내는 시도로 보여진다. 이러한 성찰 덕분으로 독자들은 성매매 문제를 대상화된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과 직면하면서 타인의 삶에 대한 자세를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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