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한 달은 온통 미국의 행동에 관심이 집중된 달이었다. 특히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은 그간 유지해오던 햇볕정책에 역행하는 발언이었으며, 한반도에 신냉전체제가 형성될 높은 가능성을 지닌 발언이었다.

또한 여타의 문제들로 미국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라면 적어도 강경 일변도의 발언을 삼갔어야 했다. 부시 방한을 계기로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그들의 애매한 태도로 말미암아 속시원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번 방한과 관련하여 미국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보였다기보다는 과거처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한반도 정책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구제금융 이후 지속된 강력한 기업 구조조정의 요청 문제, 금융권의 구조조정 문제, 한반도 전쟁 억제책 일환의 하나인 차세대 전투기 구입 문제 등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지니는 문제였다.

이러한 사안들이 부시 방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항상 어떤 식으로든 통상 압력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방한 문제를 충분히 다른 식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 부시 방한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가져온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은 없었다.

민족 분단 현실이 타국의 이해관계나 이익을 위해서 이용돼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들은 남·북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임이 분명해졌다. 물론 거기에는 아직까지 주변국들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해관계는 남과 북이 민족 통일이라는 대원칙에 근거를 두고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때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통일 문제의 중심 논의를 풀어갈 주체는 분명 남과 북이지 어떤 누구도 될 수 없다. 그럼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 정책 또한 일정한 방향성을 지닐 것이며, 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질질 끌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다수의 국민이 과거 부끄럽게 스스로 만들어낸 ‘미국 제일 우방주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 스스로 감정적 민족주의나 추수적 민족주의를 부추겨서 대미 문제나 한반도 문제를 인식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 외교정책 또한 다각적인 외교를 통해 대미 일변도의 편중된 한반도 문제를 탄력적으로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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