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학 연구의 현황과 과제

북한 문학이 보다 대중적으로 소개된 때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이다. 문학작품들이 문예지의 특집으로 소개되고 불멸의 역사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으며 문학사류의 서적들이 영인본 업자들에 의해 판매되기도 했다.

이 시기의 접근 시각은 물론 북한 문학의 실체에 대한 확인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북한 바로 알기’라는, 대학가의 유행 용어가 그런 사정을 암시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시기는 주체사상이라는 사상적 입장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우호적으로 혹은 비판적으로 북한 문학에 대해 논의해 나간 시기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아는 차원을 넘어서는 계기가 운동적 맥락에서 주어진 시기이기도 하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북한 문학은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그 연구의 방향은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문학사의 안목에서 점검해보고 분단문학사라는 큰 틀로 이 시대의 문학을 아우르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우선 북한의 문학사적 인식의 전모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민족문학사연구소의 『북한의 우리 문학사 인식』(창작과 비평사, 1991)이나 최동호 등의 『남북한 현대문학사』(나남신서, 1995) 등이 그 대표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김재용, 김성수, 신형기, 김윤식, 이명재, 권영민 등은 작품 소개 및 분석, 문학사 서술에 대한 비교적 고찰, 통일 문학사의 방법론 구상, 북한 문학 사전 편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논의들 속에서 연구자들은 대개 북한 문학사의 방법론과 전망을 남한의 그것과 비교해 가면서 어떤 새로운 접점을 찾아가려 했다.

김재용이 『북한 문학의 역사적 이해』(문학과 지성사, 1994)에서 보여주듯 북한의 문학을 근대 민족문학의 발전사적 맥락에 놓고 검토하는 방법론이나, 김윤식이 『한국현대 리얼리즘 소설연구』(문학과 지성사, 1990)에서 북한문학의 1세대들이 우리근대문학과 맺는 관련성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북한 문학이 근대민족문학의 공통적인 기반 하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후 북한 문학을 남한 문학과 아우를 수 있는 방법론적 단초를 찾으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남북한 문학사를 통합된 분단문학사로 서술해보려는 시도는 이후 김춘식, 김재용, 권영민 등에 의해 가시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춘식의 경우(「근대 민족문학의 두 가지 방향과 분단기 한국문학사의 전개」) 각 시기적 모순에 초점을 맞추어 남북한 문학을 검토하되, 탈근대의 두 가지 방향성을 중심으로 분단기 문학을 고찰함으로써 남한과 북한의 문학이 이형 동질적인 것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김재용의 경우, 북한의 제4기 문인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글에서 1980년대부터 북한 문학을 주도하는 이 세대들의 문학은 1967년 유일사상 체계 확립이후 전일화된 문학적 풍토의 불모성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하였기에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공간 속에서 문학적 활동을 수행했으며 작품 내용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북한 문학 내부의 이러한 변화 탐구는 북한 문학을 정태적으로 보는 과거의 시선을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라 할 것이다.

한편 북한 작품의 소개나 분석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기단계에 머물을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가 없는 바 아니다. 사실, 남한은 근대사회의 깊숙한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풍토 속에서의 문학적 감수성은 북한 문학에 대해 친근성을 지니기 어렵다.

북한의 문학 작품들이, 작품의 갈등구조가 뚜렷하며 인간에 대한 윤리적 시선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적인 출판물로 시장에 유통되기에는 주저되는 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런 측면과 아울러 아직 북한 문학작품에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누구나가 통일원 자료실을 이용하여 북한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다. 그러나 대중적 출판물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시공간적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들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인정하고 덮어둘 것은 아니다. 6.15선언 이후 남북한은 상호 이해에 바탕을 두고 다가올 새로운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문학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간 쌓였던 이질적 성격들을 분석하고 이해하여 극복하기 위해서 문학만큼 중요한 매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이 본격적으로 북한문학을 연구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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