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_파일/ 유시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북_파일/ 유시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 1992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돌베개, 2002

유시민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부탁받고 저자에게 전화를 하여 문제의(?) 책들을 긴급 발송 받았다. ‘저자와 대학 동기동창이라는 이유로 난데없는 일을 떠맡게 되었으니 책을 공짜로 부쳐라.’, ‘아니다. 책은 반드시 구매해야 저자의 생계가 유지된다’는 어릴 적 친구간의 옥신각신이 오간 후의 일이다.

어렵게 공짜로 구한 책을 받아들 때까지 사실 내게는 전문서적도 아닌 평론집이 얼마만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오랜만에 옛 친구의 글솜씨를 한번 볼까 하는 호기심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든 순간 그 안에 담겨진 내용들과 주장들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을 경제학에 매진하여 왔다고 자부하던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항상 딱딱한 이론과 과학적 논증에 치우친 경제학을 어떻게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오던 나에겐 어떤 무한한 시사점을 제공하여 주었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자본주의 체제의 사상적 흐름을 체제옹호적인 ‘부자의 경제학’과 체제부정적인 ‘빈민의 경제학’으로 양분하여 보여주고 있다. 인류역사가 증명하듯이 항상 제도를 만들고 지배하는 계층의 이익은 독자적인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정당화되어 왔다.

저자는 자본주의체제 하에서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개발 전승 보급자로서 아담 스미스를 위시한 맬더스, 리카르도, 리스트, 왈라스, 마셜, 케인즈 등 당대를 풍미하던 대가들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여 토마스 모어 이래의 유토피안들과 이를 집대성한 마르크스의 사상과 생애 그리고 그 실험의 실패를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루는 주제의 무거움과 마르크스주의적 실험에 대한 저자의 못 다 버린 미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경제사상의 흐름을 지배계층의 이데올로기라는 입장에서 조명한 일관성과 저자의 풍부한 사상사적 지식이 독자들을 매혹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비하여 근작인 『경제학 카페』는 저자의 방식대로 표현하자면 훨씬 ‘부자의 경제학’쪽으로 경도된 입장에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이 아직 체제 내에 착근하지 못한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라면 근작은 매우 뚜렷한 체제내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본질, 가격론, 한계이론, 기대이론 등 경제이론의 영역과 마약, 매춘, 저축, 독점 등 사회이슈의 영역, 나아가 새만금, 의료문제, 국가채무 등 국가현안의 영역까지 망라하여 저자의 독특한 경제학적 사고와 분석틀을 사용하여 종횡무진 논평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딱딱하고 자못 현학적인 경향까지 보이는 전작과는 대조적으로 근작은 일상적인 명제라 할지라도 뒤집어 보고 뒤집어 생각할 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자못 해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불만을 가지는 경제문제, 누구나 어려워하는 경제학. 그로 인해 직·간접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시대의 모든 지성들에게 저자의 이 두 도서는 일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가장 감명 깊은 책’일 수 밖에 없는, 그만큼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뒤집어 보았기 때문에 유익했던 내용들을 다시 뒤집어 보면 무엇이 될까?’ 하는 작은 과제를 같이 곁들여 권하고 싶다. 모든 검증되지 않은 논리는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성인으로서의 자세를 항상 가슴에 담아두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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