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_파일/ 김원,「새 세기의 환경이야기」, 열화당, 2002

환경 하면 막연하게 지구 생태계의 오염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의 ‘메뉴’ 정도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운동이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흔히 ‘사후 약방문’ 격의 ‘뒷북’을 치는 안타까움을 보여주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그 운동의 본질에 있어 현장성이 결여되거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실천력이 받쳐주지 못한 탓일 게다.

이 책, <새 세기의 환경이야기>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이 같은 문제를 진단하고 분석하여 21세기를 맞은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삶터로서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문가 집단 지식인들이 갖추어야 할 사회적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십세기 문명의 반성과 새 천년을 위한 백서’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말하고 있는 환경이야기의 대강은 이렇다.

모두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문명의 발전이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하는 20세기가 오히려 인간과 환경의 존립을 위협한 시기라고 진단(1장)하면서, 지구상의 환경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오염되고 파괴되는 구체적인 실태를 비판(2장)하고, 첨단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을 지경에 이름으로써 인류 파멸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경고(3장)한다.

이런 진단과 비판 그리고 경고는 바로 무한정으로 치닫는 진보와 개발을 ‘지속 가능한 개발’의 수준을 넘어서 ‘환경’이 곧 경제요 경제의 산물인 건축 역시 환경이 본질임을 깨닫고 우리의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4장)하는 배경을 이룬다.

이 책은 이어서 과학과 기술이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해 21세기 문명의 예측을 통해 질문(5장)을 던지고, 마지막으로 새 밀레니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동서양의 환경철학을 살피면서 우리의 선택을 제안(6장)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환경이야기는 우선 530쪽에 달하는 지면 곳곳에 담겨 있는 엄청난 양의 통계 자료와 방대한 분야에 걸친 관련 문헌들이 말하듯, 환경문제는 이미 특정 집단이나 소수의 운동가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거창한 이론이나 구호 대신 일상에서 접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찾고 있는 저자의 혜안은 그저 앉아서 만들어 낸 자료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 시대 건축과 도시의 최우선 과제가 환경에 있다고 주장해 온 저자는 영월댐 백지화에 큰 몫을 담당했고,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 동강 내셔널트러스트, 병산서원을 지키는 모임, 국회 환경포럼에 참여하는 등 그의 삶 자체가 바로 환경이야기이다.

이같이 시민사회의 전문가로서 살아온 실천적 삶이 바로 이 책을 저술하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요즘 건축 사회를 보면, 건축가들은 자신의 작업이 곧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작품’만을 빚어내려는 고집에 빠져, 자신들이 저지른 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어쩌면 지구환경 변화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건축가들이 해야 할 고해를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행위를 주시하는 비평가로, 또 현장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찾는 실천적인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저자가 바라보는 건축가의 역할은 시민사회의 NGO와의 연결을 통한 사회적 코디네이터로서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참여적 실천적 전문가에 닿아 있다. 그래서 이론과 실제, 인문과 공학, 기술과 예술, 전통과 첨단, 건축과 대중이 서로 잘 소통하도록 하는 조정자로서 건축가의 역할이 바로 서야 한다는 주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 책의 결과로 ‘국토보존을 위한 전문가위원회’(가칭)가 곧 출범할 예정이다. 환경과 관련한 여러 직능 전문가들이 연대하여 행정 관청의 개발 계획 추진에 앞서 이의 타당성과 영향을 분석하여 정책에 반영되도록 의견을 내는 명실상부한 NGO의 몫이 이 위원회가 주목하는 일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지침의 단서가 될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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