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상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고 싶다는 의욕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말할 곳이 없네요. 남자 친구한테 말을 하면 미안한 마음도 들고,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고 싶은 생각도 안 들어요. 정말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습니다.

A :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힘을 내세요. 일어난 사건들도 힘들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혼자 감당하려 하니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말없이 혼자 힘들어 하는 님의 모습은 자신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남자 친구를 힘들게 할 수도 있거든요. 또 어떤 경우에는 님의 속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조용히 있고 싶은데도 님이 왜 그런가 살피고 묻거나 공연한 말을 하는 등 불편하게 할 수도 있구요.

친구간에는 좋은 일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고민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 힘이 되어 주고, 또 어떤 때는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감정적으로 부딪혀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정이 쌓이는 것 같아요. 힘겨울 때 혼자서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더구나 님에게는 님을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있잖아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건강한 사람은 힘이 부칠 때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자신을 놔둘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님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에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잖아요.

줄 때 있으면 받을 때 있고, 올라갈 때 있으면 내려갈 때 있고, 도와 줄 때 있으면 도움 받을 때도 있는 거죠. 님에게 힘이 생겨야 다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또 다른 사람들이 힘겨워 할 때 님이 힘이 되어 줄 수가 있지 않겠어요?

님의 지금 모습이 오래가지 않도록, 님이 주고 받는 것을 잘 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챙기는 시간 하루 빨리 갖게 되길 빌어요.

양은옥 (서울시립대 학생생활연구소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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